<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기조강연

사진: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의 3월 초청강연회가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관련 기업·학계·정부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서진구 코인텍 사장)」은 27일 오후 5시부터 2시간여동안 서울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을 초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한길 장관은 기조강연을 통해 디지털환경에 부응하는 법령 및 조직 정비, 문화콘텐츠산업 성장거점 확충, 재원확충 및 투자 활성화, 전문인력 양성, 콘텐츠산업 창작 소프트 인프라 확충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기업 및 학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의 기조강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문화관광부 연초 정례업무 보고에서 대통령은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21세기에는 국가 경쟁력의 마지막 승부처가 문화산업이 될 것』이라며 문화 콘텐츠 산업 육성에 앞으로의 국운이 걸렸다면서 숙제를 주었다. 지난 세기는 산업화 시대였다. 자본과 노동력과 자원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던 시대였다. 우리는 자본·자원·노동력이 다 부족했으므로 발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일본에 뒤처지고 식민지 생활을 하는 수모를 당했다.

21세기는 정보 시대, 지식기반 사회다. 우리민족의 창의력, 도전력, 교육, 유구한 문화가 가장 유용하게 쓰여질 시대적 환경이 도래했다. 이런 기회를 우리가 잘 살릴 수만 있다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상이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이 정보기술(IT)산업에 국운을 걸고 있어서 우리가 그들과 대결하기에 썩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 갑자기 문화 콘텐츠가 중요하게 되었는가.

우선 정보통신 환경의 기술인프라가 확충되었다. 2000년 12월을 시점으로 해서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한 결과 전국적으로 144개 거점을 통해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했다. 앞으로 2005년까지는 농어촌 곳곳에도 초고속 통신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인구가 2000만명이며 초고속 가입자도 4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인구비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정보화 수준이다. 그런데 이같이 초고속 고속도로는 다 깔아놨는데, 그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과연 마련되어 있는가에 많은 우려와 염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위성방송은 올해부터 채널을 약 70개로 시작하여 250개까지 확정하게 되어 있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디지털방송으로 바뀌면서 채널이 상당히 늘고, 여기에 케이블TV 채널과 인터넷방송 채널까지 더하면 3년내로 방송 채널이 1000개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다.

이럴 때 과연 거기에 다 채울 만한 내용 즉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가를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우리가 새로 생기는 수많은 채널들을 채울 내용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마도 외국의 저급한 싸구려 콘텐츠들이 그것들을 다 채우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문화 정체성의 위기는 물론이고 문화잠식으로 인한 폐해는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특히 국가 경쟁력 면에서의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선진국들 가운데 GDP대비 콘텐츠산업의 규모가 미국은 20%, 영국은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의 글로벌 메이저들은 2010년까지 GDP대비 30%를 목표로 뛰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미디어와 미디어의 합병 등으로 해서 세계 메이저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대형 콘텐츠 업체들은 전세계 콘텐츠 시장의 80%까지를 장악할 수 있다고 내다보며 뛰고 있다.

한편, 우리가 말하는 콘텐츠, 특히 온라인 콘텐츠 중에 차이는 있지만 약 70%가 문화 콘텐츠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클릭하는 것중 음란물 보는 것과 채팅하는 것을 제외하면 약 90%가 문화 관련 콘텐츠라는 조사결과를 봤는데, 아마도 온라인 콘텐츠 중에 60∼80% 정도를 문화 콘텐츠가 점하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의 비중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관광부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가지고 열의와 재정을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만약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21세기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는 이 소중한 시기를 또 한번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문화 콘텐츠산업 종사자들은 초조함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에 왜 꼭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특별히 우리 방송시장의 특이성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상파를 대표하는 방송 3사가 있지만 외국의 경우는 방송사는 편성권만을 가지고 있다. 독립 외주 제작사들이 만들어 오면 그것을 편성하는 것이 방송사의 임무고 그것을 방송을 통해 전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영화된 방송사들이 제작까지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서 외주 독립사들이 자생력을 가질 환경이 돼있지 않다. 거의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채널 수가 늘어나 콘텐츠 수요가 폭등할 때 그것을 채울 힘이 있는가가 염려된다.

지금도 독립 제작사들이 2000여개 있다고 하는데 물론 2000개의 개미군단에 속하는 영세한 제작사들이 모두다 방송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중에서 상당수가 방송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와 독립 제작사는 대등한 관계이기가 어렵고 불평등한 조건으로 일하고 있기에 그들의 자생력에 기대를 걸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앞으로 정보통신 분야에서 대규모의 통신 유통업체들과 영세한 개미군단·콘텐츠 제작사들의 관계도 지금의 방송사와 독립 제작사의 관계처럼 어쩌면 불평등한 조건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군소 제작자들은 자본이나 전문인력 등 제도적 측면에서 모두가 취약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여러회사가, 대표적으로 아메리카온라인과 타임워너의 경우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문화 콘텐츠에 상당한 적극적 자세로 진출하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세계시장의 80% 장악을 목표로 삼아 밀려올 때 거기에 대응하는 힘이 있겠는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우리의 경우 독립 제작사들이 자생력을 갖고 그 회사들이 합병을 통해 글로벌 메이저들과 대응하기에 어느 정도 걸맞은 힘을 갖기에는 여전히 우리 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성적 개입, 예컨대 처음단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영세한 제작사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또 유통과정, 마케팅 부분에 있어서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논의 끝에 「코리아 뮤지엄(KoreaⓔMuseum)」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리아 뮤지엄」은 문화콘텐츠 분야 독립 제작사들이 해외 수출의 활로를 개척하도록 도우면서 기업들이 자생력을 어느 정도 갖게 되면 손을 떼게 될 것이다.

「코리아 뮤지엄」을 설립한 데는 문화 원형을 디지털 콘텐츠화하는 역할을 민간에게 맡기는 것은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령 박물관의 국보급 유물을 콘텐츠화해서 유통시키는 것을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정부가 재정 부담을 져서라도 해내야겠다는 것이며, 수익성이 보장되는 분야의 콘텐츠 산업의 경우에는 굳이 정부가 참견하지 않아도 될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관광부는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기반 구축을 위해 먼저 디지털환경에 부응하는 법령 및 조직 정비할 방침이다. 상반기중에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저작권법」을 콘텐츠산업 육성과 디지털콘텐츠 제작자 보호 중심으로 개정할 계획이며 문화콘텐츠산업 전담부서를 조만간 발족할 계획이다.

또 문화콘텐츠산업의 성장거점 확충을 위해 게임·문화산업지원센터에 이어 내년까지 「방송 독립제작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올해 전국 5개 주요 거점도시와 지역에 「지방문화산업지원센터」와 「첨단 디지털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문화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재원을 2005년까지 5000억원으로 대폭 확충하고, 올해중에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게임·음악·애니메이션·캐릭터 대상의 투자조합 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정규교육과정에서 콘텐츠특성화학교와 관련학과를 증설하고 기존 교육기관의 디지털 전문인력 양성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 또 문화콘텐츠 제작 전문가 육성과 마케팅 지원을 위한 「문화콘텐츠 전문 프로듀서」와 「문화콘텐츠 전문마케터」를 양성할 계획이다.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 공략을 돕기 위해 상반기중 일본·중국에 문화산업지원센터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성공 가능한 유망프로젝트(스타프로젝트)를 조기에 발굴해 지원하겠다. 또 오는 8월에 문화콘텐츠 종합박람회인 「디지털문화콘텐츠 EXPO」를 개최해 마케팅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요즘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 노래와 TV드라마가 크게 유행을 하고 있다. 이처럼 노래나 드라마가 히트하자 음반 판매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거의 없어도 우리 옷이나 신발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것을 볼 때, 문화와 문화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가져오는 국가 경쟁력의 제고라는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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