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D-30일 맞은 동부전자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오향리. 마을 이름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 복숭아가 유명한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이곳 젊은이들은 인근 마을의 젊은이들과는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다름아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전문업체인 동부전자에 근무하는 670여명의 남녀 직원들. 다음달 25일 양산을 앞두고 일일 3교대씩 빡빡한 일정으로 시험라인을 가동하고 생산장비를 손보느라 여념이 없다.

97년 3월 한국을 대표하는 D램 제조업체가 되겠다며 의욕적인 출발을 했지만 공장 준공도 하기 전에 외환위기(IMF)를 맞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주력사업을 파운드리로 급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때문에 만 4년만에 맞는 양산에 전체 임직원들은 남다른 감회를 갖고 있다.

최경진 상무는 『그룹에서 반도체사업을 기획하던 것까지 포함하면 6여년만에 첫 결과물을 내놓게 됐다』며 『어려운 과정에서도 회사의 경영진을 믿고 따라와준 직원들 덕택』이라고 공을 돌린다.

현재 동부전자는 1차 생산목표인 2만장 중 5000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준비는 모두 끝냈으며 지난달 19일부터 장비를 가동해 시험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양산에 앞서 먼지제거작업이 한창인 생산현장의 안내를 맡은 생산관리과 김성권 과장은 『반도체 생산은 티끌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청결등급 「클래식1」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들려준다.

이 회사의 생산공장(FAB)은 3층으로 설계돼 소음이나 진동, 먼지를 일으킬 수 있는 보조장비는 모두 1, 2층으로 내려보냈고 3층 청정실(클린룸)에도 기능별로 지역(area)을 구분해 방안에 장비를 뒀다.

이를 통해 실제 웨이퍼를 가공하는 작업공간에는 먼지를 최소화했다. 이와 함께 실제 생산라인에 있는 작업자간의 호흡도 중요하다.

비록 대다수의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지지만 불량률을 줄이고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작업진행 순서와 장비 사용방법을 작업자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생산현장 여기 저기서 자료집을 꺼내 용어를 암기하는 여직원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다음달 25일부터는 주주이자 주 고객인 도시바의 스탠더드 로직을 시작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웨이퍼 한장을 가공하는 데 총 45일 정도가 걸리므로 6월 초에는 첫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또 이 때면 장비들도 제 성능을 낼(점프업) 것으로 예상돼 5000장 양산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목표인 생산량 2만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재 투입된 4000억원의 자금 이외에 약 3억달러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최상무는 『현재 산업은행과 신디케이트론 등의 방법으로 투자유치를 진행중』이라며 『파운드리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주로 참여하겠다는 회사가 꽤 많아 추가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도시바 이외에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에 현지인들로 구성된 해외마케팅본부를 세우고 미국 컴퓨터업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들어갔다.

『무차입·투명경영으로 대만의 TSMC를 제치고 세계 제1의 파운드리 전문업체로 성장해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것이 꿈』이라는 민위식 부사장은 목표에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어 꿈을 이룰 날도 멀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동부전자 현황

대표이사=한신혁

설립일=1997년 3월 25일

자본금=3840억원(3월 26일 현재, 증자 중)

종업원수=670명(임시직 제외)

주요 주주=동부그룹·도시바·산업은행외 국내 은행·기타 외국 투자가

생산능력=8인치 웨이퍼 월 5000장 가공(연말 월 2만장, 내년 말 월 4만5000장으로 증설)

사업 형태=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주요 생산설비=FAB(112×200m), 154㎸ 변전소, 일일 5만톤 공업용수

설계기술=0.25∼0.13㎛ 공정기술

주요 고객=도시바 및 해외 ASIC업체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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