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자회로전시회 폐막

지난 22일 폐막된 제10회 중국전자회로전시회(일명 CPCA2001)는 거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PCB시장을 잡기 위한 세계 주요 PCB업체 및 소재·생산장비업체들의 마케팅 공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중국은 오는 2003년경 일본·미국 다음의 PCB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육성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어 세계 PCB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PCB시장에서 맹주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중국의 PCB산업 동향을 2회에 걸쳐 긴급 분석해 본다. 편집자

중국 PCB산업계가 들끓고 있다. 전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침체로 경쟁국들이 설비축소·감원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데 반해 중국 PCB업체들은 생산설비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PCB산업 벨트로 지칭되는 주강삼각주(광주·심천·하문) 및 장강삼각주(상해·소주·항주)에 몰려있는 280여개 PCB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마치 별천지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게 중국 현지를 둘러본 국내 소재·장비업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전세계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PCB산업계가 설비 증설에 나서는 배경은 간단하다. 경쟁국인 대만·한국·유럽 국가들이 주춤할때 상대적으로 뒤처진 생산설비를 현대화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2류 PCB 국가라는 오명을 탈피해 보자는 계산에서다.

즉 양·단면에 저가 4층짜리 다층인쇄회로기판(MLB)만을 생산하는 국가에서 8층 이상 고다층기판·빌드업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일류국가군에 들어서자는 게 중국 PCB업계의 야심이다.

왕룡기 중국전자회로협회(CPCA) 비서장은 『중국 PCB산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떠오르는 태양처럼 세계 PCB산업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면서 조만간 대만을 제치고 미국에 버금가는 생산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비서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실 중국은 현재 세계 4대 PCB 생산국이다.

세계전자회로산업협의회(WECC) 및 일본 NTI인포메이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CB 생산액은 총 417억5900만달러. 이 중 일본이 121억9000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미국이 106억3000만러로 2위, 대만이 46억달러로 3위를 차지했으며 중국이 그 다음으로 36억2000만달러 어치를 생산했다.

전세계적인 IT산업 침체 여파로 올해 세계 PCB시장 규모는 지난해와 엇비슷한 42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중국은 40억달러 상당의 PCB를 생산, 세계시장 점유율 9%대에 올라설 것이라는 게 왕 비서장의 설명이다.

나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산설비 증설이 마무리되는 것과 동시에 품목 고급화가 단행되면 오는 2003년경에는 중국의 PCB 생산액은 5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왕 비서장의 기대섞인 예상이다.

이는 세계 PCB 생산액 500억달러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며 시장 점유율 3위인 대만을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이어 『외형면에서의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PCB산업은 앞으로 2년간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중국산 PCB 주력모델은 가전용 PCB이었으나 앞으로는 가전용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컴퓨터·네트워크장비 및 통신시스템에 장착되는 고다층PCB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 주종의 역할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 PCB업체들이 커다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중국 위시지역에 대규모 빌드업기판 공장을 건설키로 한 일본 CMK의 한 관계자는 『일본 빌드업기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이 일본 다음의 빌드업기판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 비서장은 『현재 중국 PCB업체가 안고 있는 과제 중의 하나가 제대로 된 원부자재·생산장비·테스터가 없다는 점』이라면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내 원자재·생산장비업체들이 중국에 진출, 중국 PCB 현대화에 기여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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