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타계...그룹·IT계열사 앞날은

사진: 22일 오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청운동 자택의 빈소에 유족들이 조문객을 맞고있다. <연합>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타계는 그룹 및 IT계열사들의 사업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동성위기로 독립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대전자는 물론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정보기술의 향후 사업추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룹 = 현대그룹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타계는 거함 현대호의 향방에 어떤 형태로든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구심점 역할을 해온 「왕회장」의 공백은 이미 진행중인 그룹 계열분리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 정 회장 유산의 향배에 따라 현재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는 현대건설, 현대전자, 금융소그룹 등의 운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분리는 지금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장남 몽구(MK) 계열의 자동차그룹과 현대전자와 금융그룹이 이미 각각 계열분리됨에 따라 몽헌(MH) 계열의 건설, 현대상선, 종합상사, 택배 등 14개 기업만이 남게 된다.

유산상속 문제에 대해 현 그룹지배 구도를 들어 법통을 이은 5남 몽헌(MH)이 정 회장의 유산을 모두 승계하는 것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MH측에서도 유언장 공개에 앞서 현대건설 지분 15.51%를 포함한 정 회장의 유산을 양보해줄 것을 MK측과 MJ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MH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 및 전자부분에 대한 지원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나 전자의 외자유치 등에 정 회장의 타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현대전자 = 정주영 명예회장이 타계한 다음날인 22일 오전 현대전자 이천공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

새로운 것은 본관에 분향소가 설치됐다는 것. 임직원들이 이따금씩 조문하기는 하나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적막할 따름이다.

조선, 자동차 등 다른 계열사에 비해 정 명예회장의 영향력이 적게 미친 기업인데다 회사명칭 변경 등 그룹분리 작업을 앞장서는 현대전자의 독립 경영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현대그룹이 형제들간의 소그룹으로 재편된 가운데 이번 정 명예회장의 별세로 현대그룹의 해체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덩달아 현대전자가 추진해온 독자 경영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섭 현대전자 사장은 사실 정몽헌 현대 회장보다는 정 명예회장의 사람이다. 정 명예회장이 생존할 때까지만 해도 있던 연결고리마저 이젠 끊기게 됐다.

정몽헌 회장도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게 될 사재를 이미 분리키로한 현대전자는 제외하고 현대아산과 건설의 부채를 청산하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현대전자는 지분 매각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 사실상 그룹과는 결별한 상태』라면서 『이번 정 명예회장의 타계로 그룹분리 작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정보기술 = 현재 대부분의 현대그룹 계열사에 시스템관리(SM)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 영업형태가 바뀔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현대정보기술로 이관한 1000억원대의 정보시스템 관련 업무를 본사 또는 자체 IT관련 자회사로 복귀시키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회장 타계로 인한 현대그룹의 해체가 곧바로 그룹내 정보시스템 업무의 완전 분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대자동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현대정보기술과는 3, 4년의 장기 시스템관리 업무 계약을 체결해 놓고 있어 정보시스템 업무를 무리하게 이관해 갈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의 사례를 보더라도 그룹이 완전 해제된 지 2,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소속 회사들이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대우정보시스템으로부터 시스템관리 서비스를 계속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향후 현대그룹이 정몽헌(MH) 회장 계열의 건설·상선그룹과 전자·정보기술그룹 △정몽구(MK) 회장의 자동차그룹 △정몽준 고문의 중공업그룹 △금융그룹 등으로 완전 분할, 각개 약진하는 형태로 재편될 경우 장기적으로 정보시스템 관련 업무 또한 각 개별그룹 소속 회사로 이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계열분리 후 현대 현황> 표로 정리

현대그룹(5남 몽헌)-현대건설, 현대상선 등 14개 기업

자동차소그룹(1남 몽구)-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캐피탈, 오토에버닷컴

유통소그룹(3남 몽근)-현대백화점 호텔부문의 금강개발

현대중공업(6남 몽준)

금융1(7남 몽윤)-현대해상화재보험

금융2(8남 몽일)-현대종합금융

기타 금융그룹(미국 AIG사와 정부 협상중)-현대증권, 현대투신, 현대생명, 현대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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