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는 자(SK)와 처분하려는 자(현대전자)가 있다. SK그룹은 이동통신 장비사업에 진출하고픈 반면 현대전자는 정보통신부문(텔레콤컴퍼니)을 정리하고 싶다.
그렇다면 거래는 쉽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오리무중이다. 현대전자가 정보통신부문을 인수해 달라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실제 현대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까지 텔레콤컴퍼니 소속 단말기사업부문(SBU)·네트워크 SBU·이동통신시스템 SBU 분사 및 매각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SK텔레콤을 포함한 인수 능력이 있는 기업들에게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SKC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장비사업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특정기업에 대한 인수 및 투자를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K그룹의 통신장비사업 진출 의지가 식지 않는 데다 국내 3위권 통신장비업체(매출 1조2000억원)인 현대전자의 구조조정 계획이 맞물려 빅딜이 실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SK, 통신장비사업은 숙원 ● 지난 98년 10월 SK는 SK텔레텍(대표 홍경 http://www.skteletech.co.kr)을 설립,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에 발을 내밀었다. 이후 SK텔레텍은 일본 교세라로부터 이동전화 단말기 설계 및 제조기술을 들여와 세원텔레콤(대표 이정근 http://www.sewon-tele.com)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스카이」 시리즈를 생산, SK텔레콤에 납품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단말기 생산량 100만대를 돌파했고 2.5세대 이동전화인 cdma2000 1x단말기(SKY IM-2300)를 출시했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 펠레폰사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단말기 공급계약을 체결,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하지만 세원텔레콤을 통한 외주생산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SKC를 통해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사업에 직접 진출할 태세인 것이다. SKC는 SK건설이 보유하던 이동통신 중계기업체인 엔씨테크놀로지 지분 50%를 100억원에 인수, 통신장비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어 통신장비사업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 진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올 연말로 예정된 세원텔레콤과 SK텔레텍간의 이동전화 단말기 OEM 계약도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국내 1위의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장비업체가 필요할 것』이라며 『현대전자 텔레콤컴퍼니에 대한 관심도 지대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망 ● 현대전자의 기본 방침은 오는 5월 1일자로 단말기 SBU와 네트워크 SBU를 분사하는 한편 이동통신시스템 SBU를 5월 중으로 매각하겠다는 것. 일단은 자금유치 상황에 따라 텔레콤컴퍼니의 각 SBU를 나누거나 꾸러미로 묶어 분사 및 매각한다는 게 현대전자의 기본 방침이다. 이와 맞물려 SK의 현대전자 통신장비부문 가치평가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SK가 현대전자 정보통신부문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회사의 통신장비사업을 둘러싼 각자의 목적이 서로 합치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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