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대표 전하진)의 해외 전환사채(CB) 처리문제가 증권가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가 오는 30일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하는 5000만달러 규모의 해외CB를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3월 30일 유로시장에서 5000만달러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풋옵션 행사가격은 1만6803원이다.
증시의 관심은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한글과컴퓨터의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현재 주가(5960원) 수준을 고려하면 조기상환청구로 인한 환차손 및 이자의 발생으로 영업외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풋옵션이 모두 행사될 경우 한글과컴퓨터가 마련해야 할 자금은 600억원 정도다. 한글과컴퓨터의 현금보유고 350억원과 은행여신 100억원을 총동원하더라도 150억원 가량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외자유치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12월 이번 풋옵션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투자회사인 존홈스인베스트먼트와 외자유치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지만 올초 주가상승으로 아직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증권가에서 우려하는 「유동성 위기」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창우 한글과컴퓨터 재경팀장은 『풋옵션이 행사되더라도 당장 모자라는 100억∼200억원의 자금은 차환이나 외자유치를 통해 조달이 가능하다』며 『최근엔 정부의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 단속으로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어 자금조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외자유치건에 관해서는 『외자유치가 풋옵션을 막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며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법에 대해선 국내외 투자자 및 관계자와의 관계를 고려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풋옵션 행사가 안될 수도 있다. 해외CB 인수자가 오는 30일 풋옵션을 청구(노티스)하더라도 4월 거래일 20일 중 하루라도 주가가 1만6803원(풋옵션 행사가)를 넘어서면 풋옵션 행사를 할 수 없도록 CB발행때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증시상황과 주가에 비춰볼때 이 시나리오는 사실상 희박해 보인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은 『5000만달러 중 일부(1000만달러 내외)는 현금으로 상환되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행사기간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글과컴퓨터가 이번 풋옵션 행사로 급격한 유동성 위기는 겪지 않는다 해도 주가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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