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컴퓨터에 발등 찍힌다.」
컴퓨터가 당신 몰래 e메일 주소와 이름을 엉뚱한 웹사이트로 빼돌리고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물론 컴퓨터가 고의로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부동산 정보중개업을 하고 있는 주디 울프슨은 수년 전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몇 줄의 자바스크립트 코드를 집어넣었다. 이 코드는 사이트에 접속한 고객들의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컴퓨터 주인의 이름과 e메일 주소를 저장하는 프로그램이다.
울프슨은 이를 통해 수집한 고객들의 e메일 주소로 매주 새로운 매물정보가 담긴 스팸메일을 보냈다. 그녀는 이에 대해 『참 신기한 기술』이라며 『그동안 그렇게 얻고 싶어했던 데이터들이 하루에도 수백개씩 저절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감탄했다.
울프슨은 심지어 이 자바코드를 「ID수집기」라는 제품명으로 몇몇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팔아 넘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라이버시 관련 단체들은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재단의 리처드 스미스는 『얼마 전에도 댄스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이런 짓을 저질렀었다』며 『이런 기술이 모든 웹사이트에 전파된다면 하루에도 수천통의 스팸메일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한 네티즌은 『캐나다 소재의 피터위드닷컴(Peterwith.com)이라는 사이트도 이런 수법으로 나에게 매일 스팸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실제로 이렇게 화를 내며 항의를 하는 네티즌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프슨은 『내가 보내는 메일에는 발송리스트에서 자신을 삭제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지만 단지 20%의 고객만이 발송거절 신청을 한다』며 『이 20%의 고객들도 대부분 자신들이 실수로 웹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했다고 사과하며 리스트에서 삭제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가입한 사이트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반증이다.
울프슨은 『대부분 브라우저에 보안 세팅이 되어있어 e메일 주소가 우리 사이트로 전달되기 전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며 사실상 고객들의 동의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 재단의 리처드 스미스는 『물론 그런 경고 메시지가 뜨긴 하지만 너무 흔하게 보는 경고메시지와 똑같아서 사람들은 대부분 무심결에 지나치게 된다』며 『이용자들은 그 경고 메시지가 이를 무시하면 엄청난 스팸에 시달리게 된다는 의미인 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또 한번의 동의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울프슨은 『이것은 편법이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며 오히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ID수집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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