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호재 악재 혼재속에 거래량 사상최고

현대전자가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이라는 호재와 향후 전망 불투명이라는 악재가 엇갈리며 사상 최대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12일 현대전자는 6905만3680주의 거래량을 기록, 지난해 10월 27일 기록한 5835만800주를 갱신했다.

이날 현대전자는 주말 채권단의 지원합의로 장초반부터 강세를 나타냈으나 중장기 전망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만만치 않아 대량 거래를 수반했다. 이날 현대전자 주가는 오전 한때 상한가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대량거래 끝에 결국 75원 오른 341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주말 채권단은 현대전자의 기존 수출환어음(DA)한도 14억5000만달러와 수입신용장(LC)한도 5억3000만달러를 연말까지 보장하고 일반 여신은 만기도래시 1년간 연장하기로 합의, 현대전자의 현금흐름에 숨통을 터줬다.

이에 따라 이날 현대전자의 주가는 대부분의 정보기술(IT)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고 지난주말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인 인텔의 실적악화 전망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장중내내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현대전자 살리기」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증권사들은 현대전자에 대한 부정적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현대전자 실적전망치 하향조정 이유는 D램 가격의 약세가 주요 원인이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역시 현대전자의 미국현지법인인 HSA의 채무상환 연기문제다.

그동안 회사채 신속인수를 통해 1년간 유보됐다고 판단했던 현대전자의 유동성 문제가 이번 HSA 문제를 통해 돌발적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CLSA·UBS워버그·도이체방크 등은 현대전자의 올해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했고 CSFB·메릴린치 등은 현대전자의 유동성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채권단의 현대전자 지원이 반도체 경기회복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이뤄진 반도체 현물가격의 반등이 현대전자의 감산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전자 지원책은 반도체 현물가격의 추가하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 등 반도체주들이 반등한 주요 원인은 현대전자의 유동성 위기에 따라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현대전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현대전자가 단기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기회는 되겠지만 그만큼 반도체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이날 현대그룹 자금악화에 대한 리스크 확대로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추가지원이 은행주에는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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