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 문화산업부장 inmo@etnews.co.kr
게임중독증에 걸린 중학생이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동생을 살해한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PC방에서의 강도행각과 게임중독에 의한 건강 이상으로 사망하는 사건들은 종종 있어 왔지만, 친동생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생은 평소 온라인게임에 중독되다시피 매달려 왔다 한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참담할 뿐이다.
사실 게임중독증에 의한 사건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한 게임으로 인해 초등학생들이 대거 결석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고, 한 고등학생이 액션게임을 흉내내기 위해 극장에서 총을 난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한때 게임을 모방한 청소년들의 잇단 폭력사건으로 사회문제화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에다 패륜사건을 하나 더하게 됐다.
게임이 무엇이길래 청소년들을 이처럼 벼랑끝으로 내모는가.
그들의 얘기를 빌려보면 게임은 정말 매력적이다. 대리만족에 그치지 않고 가상의 세계에서만큼은 자신을 통치자로 받들어 준다는 것이다. 레벨업의 즐거움은 말할 것도 없고 게임을 통한 승리의 성취감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은 현실을 착각할 만큼 묘미를 안겨준다는 게 그들의 게임 예찬론이다.
게임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50년대 중반 선보인 비디오게임이었다. 그 당시의 게임은 말그대로 서양 장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1972년 미국의 놀란 부시넬이란 사람에 의해 비로소 상품화되고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게임산업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이 국내에 유입된 것은 80년대 초반쯤이다. 이후 갤러그, 두더지게임, 주먹세기 겨루기 등 잇단 아케이드 게임이 등장하면서 게임은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의 열풍으로 PC게임,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이 유망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온라인게임은 이 가운데 청소년들이 가장 즐기는 게임장르다. 이용자가 컴퓨터와 대결을 벌이는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하나의 서버에 수천명의 사람이 접속할 수 있고 이용자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할 만큼 중독성이 강해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에게는 적절하지 못한 게임장르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게임에 대한 등급심의를 강화하고 중독성이 강한 게임에 대해서는 특별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폭력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게임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온라인게임 한두 작품이 공권력이란 칼에 의해 내려지고 말 것이라는 설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법은 근시적인 처방보다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정부가 나서 토지구획 정리하듯 판을 가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본다. 그보다는 먼저 청소년들이 그처럼 게임에 매달리는 환경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마녀사냥식 단속은 효과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이 기회에 부모들이 컴퓨터를 배웠으면 한다.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게 더 교육적이고 그들이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길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건전하고 유익한 게임이 생각밖으로 많다. 무조건 게임은 나쁘다는 생각은 바꿀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게임업체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 생명경시 풍조를 야기할 수 있는 지나친 PK(Player Killing)나 아이템의 현금거래 등은 서둘러 봉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폭력을 조장하고 선정적인 내용의 게임은 업계 차원에서 스스로 거르는 노력이 시급하다 하겠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할 일은 이 사건으로 인한 충격에 휩싸이기보다는 슬기롭게 우리 주변을 한번 되돌아보는 일이다. 앞만 내다보고 내달려온 게임업계는 특히 그렇다. 그래야만 어린 주검앞에 머리를 조아릴 수 있을 것이다.
문화를 꽃피우고 미래 지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임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도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은 이 즈음에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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