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고 있는 IT의 핵심 기능이 「관리」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SI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C사의 L이사가 국내 IT시장을 바라보며 던진 말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관리(SCM) 등등. 그러고 보니 전부 관리다. 솔루션 영업 담당자들도 기업 경영층에게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현업 관리의 효과가 얼마나 뛰어난가, 경영 관리가 얼마나 편리한가」를 강조하고 있다.
관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무를 관할 처리함, 사람을 지휘 감독함」 등으로 흔히 기업에서는 관리비용의 절감을 기업 경영의 효율화와 직결된다고 여긴다. 때문에 IT에서 관리 기능의 부각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관리라는 말 안에 「주와 객」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그동안 당연시 여겨온 IT의 관리 기능에 대해 한번쯤 문제의식을 가질 만하다. 솔루션에서 관리 기능의 부각은 결국 수평적 관계에서 「공유」를 통한 업무의 효율화보다는 수직관계에서 「통제」의 의미가 강조되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IT가 또 다른 「관리의 도구」로 받아들여진다면 도입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점도 분명하다.
L이사가 겪은 사례에 따르면 실제 현업 담당자들은 자신이 입력한 데이터가 본인의 업무 성과를 올리는 데 사용된다기보다는 일방적인 「관리」의 자료로 사용된다고 느낀다. 상사로부터 업무성과에 대한 질타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느끼더라는 것이다.
혹 현업 담당자들이 업무 향상을 위해 타 부서의 데이터가 필요하더라도 대부분 접근이 봉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대부분 기업은 보안의 이유를 들어 타 부서나 현업 담당자들간의 「수평적 체계」에는 정보 접근의 권한을 최소화시키고 경영층에게만 열어놓고 있다. 이런 조건은 결국 현업 담당자들이 자신의 영업활동을 「충실히」 데이터화하지 않는 결과로 귀결된다.
성능 좋은 솔루션을 도입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경영층은 현업 담당자들이 관리에 무게를 둔 솔루션 사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집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21세기의 IT는 그 사용처가 정보시스템실로 국한되지 않고 마케팅·영업·기획 등 기업의 전분야로 확산된다. IT가 기업 내부의 「공유」와 「협업」의 관점에서 되새김질해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인터넷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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