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미친 사람들, 프로게이머.
지난 7일 오전 8시.
프로게이머들의 하루를 보기 위해 삼성전자 게임단 칸으로 가는 길이다. 남산타운아파트 24동 403호, 한국 프로게임계를 주도하고 있는 칸의 합숙소다.
『감독님 성화에 아침 8시에 기상합니다. 프로게이머에겐 새벽인데….』
팀내 막내인 도진광(19)은 못내 아쉬운 듯 침대를 쳐다본다. 선수들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초에 있는 삼성레포츠센터로 향한다. 11시까지 이곳에서 체력단련을 한다.
『게임은 짧은 시간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강한 집중력이 필요해요. 체력이 없으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지죠.』
정수영 감독은 체력훈련을 게임연습 못지 않게 중요시한다. 보통 10분간의 트랙 달리기로 시작해 자전거, 러닝머신 등 기구운동을 40분간 한다. 단 손에 무언가를 잡고 하는 운동은 절대 사절.
『손을 사용하는 운동은 손의 감각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삼가해요.』
하지만 오늘은 이러한 금기를 깨고 볼링을 친다. 요즘 선수들이 고생한다며 정 감독이 특별히 배려했다.
오전 11시.
숙소로 돌아와 식사준비와 청소로 부산하다. 오늘 식사는 팀내 큰언니 김인경이 준비한다.
『진광이를 비롯해 다들 엄청난 식욕의 소유자예요. 쌀 20㎏이 2주면 바낙나요.』
100㎏이 넘는 거구의 정 감독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청소에는 특히 송병석이 일가견이 있다. 매일 모니터 화면을 깔끔하게 닦는다.
『게임하며 의견을 나누다 보면 모니터에 지문이 많이 남아요. 모니터가 지저분하면 게임속의 그래픽을 볼 때 혼동을 일으킵니다.』
윤도민과 최원갑은 마우스 청소에 특별히 애착을 갖는다.
『저희 같은 3D 1인칭 슈팅게임 선수에게는 마우스가 생명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마우스를 개조했다. 슈팅게임중에 마우스를 들어올렸다 옮겨놓는 동작이 많은데 이때 볼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후 1시.
『병석이가 네 명 조를 짜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연습을 해라.』
정 감독은 요즘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관심이 높다.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어 미리 실력을 쌓아놔야 한다는 생각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게임대회 정식종목이 되면 우승은 떼어논 당상입니다.』
1시부터 6시까지는 오직 연습이다. 리그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아 모두들 열심이다. 여자 스타크래프트 부문 국내 최강자인 김인경은 한국통신프리텔 매직앤스의 이은경을 의식해 더욱 연습에 매달리고 있다. 『요즘은 잘하는 선수가 많아 누구 하나 만만치 않아요. 연습을 통해 더 강해져야죠.』
오후 연습을 끝나면 전략회의를 갖는다. 선수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무조건 오래 게임을 한다고 실력이 늘진 않아요. 중요한 건 전략입니다.』
오후 8시, 회의를 끝으로 공식적인 게임연습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연습으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오락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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