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처럼 부드러운 키보드와 신문처럼 둘둘 말아 들고 다닐 수 있는 컴퓨터 등 새로운 개념의 정보기술(IT) 제품들이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와 이코노미스트(http://www.economist.com)에 따르면 영국 런던 근교에 있는 일렉트로텍스타일이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키보드와 손목에 차는 휴대폰<사진>을 개발해 미국 뉴욕 「현대예술 박물관」에서 개최된 전시회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키보드와 휴대폰은 지금까지 IT관련 제품은 당연히 실리콘을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일렉텍스」라는 특수섬유를 사용했으며 전기 전도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몇가지 금속이 첨가됐다.
일렉트로텍스타일은 키보드를 곧 상용화할 방침인데 예정가격이 70∼100달러 선이어서 최근 판매되고 있는 접는 키보드에 비해 조금도 비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키보드와 휴대폰 외에 신개념 컴퓨터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롤트로닉스도 컴퓨터 부품을 실리콘웨이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얇은 플라스틱 필름 위에 인쇄하는 「두루마리(Roll-to-Roll) 가공」이라는 생산기술을 활용해 두루마리 컴퓨터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두루마리 가공 기술이란 신문인쇄에서부터 감자 칩 포장의 내면 코팅에까지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이 기술을 이용하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설비투자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규모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두루마리 컴퓨터를 생산하려면 논리회로, 메모리, 전원, 디스플레이 등 4가지를 모두 구부러지게 만들어야 한다. 롤트로닉스는 디스플레이의 경우 임의로 텍스트와 이미지 표현이 가능한 「디지털 종이」를 도입한다.
전원은 이미 몇몇 업체가 박 필름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현재 아이오와박필름기술(ITFT)이 두루마리 가공기술로 제조하고 있는 구부러지는 태양전지 채택이 유력한데 이 배터리는 재충전도 가능하다.
롤트로닉스사는 현재 디스플레이와 전원은 외부업체들이 개발하도록 맡기고 논리회로와 메모리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구부러지는 논리회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 걸림돌이 되어온 일부 문제도 해결해놓고 있다.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판에 얇은 실리콘 판을 붙인 다음 트랜지스터를 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나 실리콘이 결정체가 아닌 무정형 상태가 되기 때문에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더 커져야 하고 작동속도도 느려진다는 결점이 있었다.이 회사는 국립로렌스리버모어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에서 레이저를 이용해 실리콘을 가열하는 방법을 찾아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롤트로닉스는 이밖에도 구부러지는 메모리 생산을 위해 텍사스대학에서 특허를 낸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에 대한 생산인가를 받았다. 두께가 겨우 2㎜에 불과한 박판 형태에 완벽하게 구부러지는 컴퓨터를 만든다는 롤트로닉스의 계획은 아직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지만 실현될 경우 기존업계를 놀라게 할 기술이 될 것으로 이 회사는 믿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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