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로봇의 원류를 올라가 보면 간단한 작동완구에서 시작된다. 완구산업은 요즘 각광받는 서비스 로봇시장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아직 실체가 안잡힌 차세대 서비스 로봇시장에서 로봇형 첨단완구는 현재까지 비산업용 로봇으로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그동안 세계의 많은 로봇업체들이 첨단기술로 무장한 서비스 로봇들을 내놓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소니의 강아지로봇 「아이보」뿐이다.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시장이 뛰어난 성능과 신뢰성에 좌우되는 반면 서비스 로봇시장은 꼭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을 변덕스런 아이에게 판매하는 완구시장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점을 고지식한 로봇 엔지니어들이 뒤늦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완구시장규모는 무려 750억달러인데 이 중 비디오게임을 제외한 전통완구시장규모는 550억달러. 바로 이 시장에서 첨단기능을 갖춘 로봇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러한 완구시장에 로봇바람을 일으킨 것은 소니사의 로봇강아지 아이보.
아이보는 로봇에 생명체의 감정을 부여한 최초의 사례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만원대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5만대 이상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소니사와 달리 타이거일렉트로닉스사와 세가사 등은 로봇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미국 타이거일렉트로닉스의 하이테크 로봇강아지 퍼비는 500만대, 일본 세가사의 강아지로봇 푸치는 무려 4000만대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첨단 로봇형 완구시장은 올해 60억달러를 넘어서 오는 2005년까지 매년 30∼40%의 고속성장이 예상된다. 따라서 세계적인 유명 완구회사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로봇화된 첨단완구개발에 사운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레고코리아의 스틴룩 스코훠드 사장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음성인식·이족보행 등이 가능한 하이테크 토이의 비중은 75%를 넘어섰다』면서 『완구류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지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으며 실생활에서 한몫을 해내는 유사 가전기기로 진화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혼다·소니 등 세계 유수의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로봇장난감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처럼 21세기 완구산업은 차세대 로봇산업의 가장 중요한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완구산업의 현실은 로봇기술을 거론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유명 D완구회사의 한 임원은 『영세한 국내 완구업체에 해외시장을 겨냥한 마케팅기획과 기술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단속 일변도의 정부정책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는 아무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우리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벤처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지원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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