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호출서비스 분야의 맏형이자, 최후의 보루였던 SK텔레콤이 마침내 2월 말로 이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동통신전화 보급의 급증으로 무선호출사업 자체의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SK텔레콤의 사업포기는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서울이동통신과 해피텔레콤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이제 무선호출사업의 퇴출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무선호출서비스의 퇴출은 기술진보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반길 일이지만 퇴출이 진행된 과정이나 업계 현실을 감안해 볼 때는 개운찮은 맛도 없지 않다. 물밀듯이 밀려왔다가 순식간에 밀려가 버리곤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진화적 속성이 이번 SK텔레콤의 사업포기 과정에서도 그대로 입증된 것이다. 또한 이러한 속성에 당국은 물론이거니와 업계와 고객까지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재삼 확인된 것이다.
총가입자가 1500만명을 넘어선 무선호출서비스가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간성으로 인식되던 때가 지난 97년, 그러니까 불과 4년 전이다. 휴대전화와 컴퓨터 네트워크의 보급이 매우 부진하던 시절, 무선호출기는 일반인 사이에서 「삐삐」라는 별칭으로 통하며 유선전화 이상의 주요 통신수단으로 큰 사랑을 받아 왔다.
또한 지난 93년 서울이동통신과 나래이동통신 등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돌입할 때만 해도 무선호출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사업자들의 TV광고가 수시로 등장하고 일부 사업자의 경우는 브랜드 판촉을 위해 프로농구단 운영에 관여했을 만큼 무선호출서비스는 전도가 양양한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제2세대 이동전화의 보급 열풍이 몰아닥치면서 무선호출서비스는 설 자리를 잃기 시작해 급기야는 가입자수가 고작 50만명을 웃돌 정도로 감소해 버리고 만 것이다. 누구도 이렇게 이른 시간내에 퇴출이 이루어진다고 단정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선호출서비스의 황망한 퇴장을 두고 이제와서 정책을 책임진 당국이나 시장예측을 잘못한 사업자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선호출서비스는 앞서 지적했거니와 좋든 싫든 이동통신진화의 과정이요, 또한 그 서비스사업자들은 현재의 1인1휴대전화 시대를 가능케 했던 기술적·시장적 연결고리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당국이나 업계가 이번 무선호출서비스의 퇴장을 단순하게 기술적 진보 차원에서만 보지 말아달라는 점이다. 구세대형 이동통신서비스의 퇴출은 무선호출분야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제3세대 IMT2000의 개시와 함께 제1세대 및 제2세대 이동전화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무선호출 퇴출사례를 앞으로 진행될 1·2세대 이동전화의 퇴출과정, 그리고 IMT2000 사업에 대한 투자환경 결정과정에서 하나의 거울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서 퇴출 후의 고객관리나 인프라의 활용방안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SK텔레콤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게 될 인테크텔레콤의 경우 기존 무선호출 인프라를 무선데이터서비스와 같은 틈새 비즈니스용으로 특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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