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문명 중 인더스 문명이 발생한 나라, 부처가 탄생한 나라, 인구 10억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 남한 면적의 33배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 인도를 설명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21세기의 인도를 설명하는 데 있어 결코 빠질 수 없는 수식어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인도는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미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185개사가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을 맡길 정도로 이 분야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은 인도 경제에 전반적인 상승효과를 가져다 주었으며 전통 기업과는 달리 정보기술(IT) 기업의 성장이 다소 경직돼있던 인도의 기업문화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5년간 5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 그 발전의 원동력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산토스 쿠마르 인도 대사를 만났다.
<약력>
△45년 출생 △86∼8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사 △89∼92년 주예멘 인도 대사 △93∼98년 인도 재경부 외무무역투자 국장 △98∼99년 인도 외무부 국장 △99년 1월 주한 인도 대사 부임
-90년대 이후 인도 IT산업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인도를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르는 것을 어색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네, 인도의 IT산업은 제가 보기에도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그동안 인도의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난해 57억달러 규모였으며 수출액은 4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또 인도 IT산업 성장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우수한 하이테크 인력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으며 많은 인도 업체들이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SYE)와 나스닥에 상장되는 등 「IT 인도」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인도는 IT혁명의 「수혜자」인 동시에 「개척자」입니다.
-언급하신 대로 인도 출신 엔지니어들의 활약은 놀랍습니다.
▲인도인들은 예로부터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0(제로)」의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한 것도 고대 인도인이었죠. 이러한 재능에 풍부한 IT 관련 교육시설이 어우러져 인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하이테크 인력을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시장인 미국의 업체 관계자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인도 출신 엔지니어들의 몸값을 높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인도 IT산업 발전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어떠했습니까.
▲사실 정부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하이테크 인력을 비롯해 소규모 민간 단체의 활약이 컸습니다. IT산업 자체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산업이었기에 오히려 민간 분야의 자발적인 노력이 인도 IT산업 성장에 더 큰 역할을 한 것이죠.
하지만 인도 정부도 오래 전부터 IT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고 여러 규제를 없애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인도가 풍부한 하이테크 인력을 보유하게 된 것도 일찍이 정부가 나서서 관련 교육기관을 마련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다른 국가에 비해 다소 뒤처져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IT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있습니다.
-인도의 IT산업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방갈로르는 인도 남부에 위치한 전형적인 하이테크 산업단지입니다. 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정부의 「STP(Software Technology Parks)」 정책에 따른 것으로 각종 IT기업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가 매우 커 인도 IT산업의 핵심기지로 자리잡았습니다. 최근에는 하이드라바드·노이다 등 유사 하이테크 단지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IT산업의 발전은 인도 경제와 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물론입니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을 말씀드리면 IT산업은 수치화하기 힘들 정도로 인도 경제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우선 수출 증대를 통해 무역 수지가 개선됐을 뿐 아니라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창업과 사업 확장은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사회적인 측면으로는 IT산업 발전에 따른 가장 큰 변화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들 수 있습니다. PC와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일반인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고 이는 지식(정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인도도 정보가 중요시되는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의 IT산업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인도의 우수한 하이테크 인력이 너도나도 고임금이 보장되는 해외로 진출하면서 인력 유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지적하신 대로 독일·영국 등의 몇몇 국가가 비자 발급 조건을 완화하고 고임금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인력 유치에 나섬에 따라 인도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오히려 해외에 진출한 엔지니어들이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해외의 선진기술을 습득해 고국에 돌아온다면 이는 인도 IT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인력 유출로 인해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인력 부족은 지속적인 교육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대사께서 근무하고 있는 이 곳, 한국으로 화제를 바꿔보죠. 한국도 인도 못지않게 IT산업의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2년여 동안 지켜 본 한국의 IT시장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IT시장은 매우 밝은 미래를 가졌습니다. 인터넷 이용자와 휴대폰 가입자의 폭증은 바로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은 통신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느꼈습니다.
한국의 IT산업도 인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의 동반 상승 효과를 가져와 경제 발전에 톡톡히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인도 두 나라의 경제를 이끄는 엔진의 동력을 합치는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은 하드웨어, 특히 통신장비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지녔습니다. 반대로 인도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지고요. 그럼 해답은 간단하죠. 양국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협력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두 나라의 시장 발전은 물론 제3국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방금 말씀하신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최근들어 한국의 많은 IT업체들이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에 「인도로 가는 길」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인도 IT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평범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세가지 순서에 따라 준비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인도내 협력 파트너를 신중히 선택할 것을 충고하고 싶습니다. 협력사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는 물론 향후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검토한 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인도 현지의 협력사를 구한 후에는 어떠한 사업을 벌여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끌어낸 후에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문화를 꾀해야 하겠죠.
한가지 덧붙인다면 지금 한국의 IT업체들은 인도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습니다. 최근 인도 정부가 부족한 통신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LG와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이 인도에서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끝으로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십시오.
▲독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한국의 경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과 개인 모두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한국과 인도 IT업체들간에 보다 발전적인 교류가 이어져 건설적인 협력 관계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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