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의 이동통신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지자걸음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정보통신부가 발표하는 통신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있으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정책이 잇따라 무리하게 추진돼 업계와의 대립도 계속되고 있다. 정통부는 당초 IMT2000 사업자를 지난해 말까지 선정하고, 2002년 6월부터는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연말 비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고 난 직후 서비스 시기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해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더욱이 하나 남은 동기식 사업자 선정도 비동기식과 함께 연말까지 매듭지을 예정이었으나 그것이 제대로 안되자 올해 1월 말까지는 결말을 짓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방침도 차질을 빚자 2월로, 또 다시 3월로 늦췄다가 이제는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처럼 동기식사업이 꼬이는 것은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 크다. 당초부터 사업자들은 동기식사업이 승산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정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동기식사업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선정한 비동기식에는 사업자가 몰렸지만 동기식은 지금 정부가 기회를 주는데도 사업자가 신청을 꺼리고 있다. 그것은 정부가 업계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밀어부치려 하기 때문이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대부분 『정부가 동기식 사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무리려니와 근본적으로는 동기식 자체에 채산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다 동기식 사업에 1조원 이상의 출연금까지 내라고 하니 기꺼이 응할려고 하는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컨소시엄 구성이 가시화되는 일정 시점까지 사업권 신청을 연기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정부는 사업자가 사업권을 신청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사업자의 눈치를 보며 시간벌기 형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통신시장을 3개 종합 유무선사업자 체제로 유도하겠다』고 보고했지만 국민은 정부의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혹의 눈길만 보내고 있다.
통신정책이라는 것이 본의 아니게 주변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뀌거나 수정이 불가피할 경우가 있다. 상황이 순식간에 바뀌다 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나타나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일도 더러는 생기는 법이다. 정부는 이번 동기식 IMT2000 정책과 관련해 실패를 인정하고, 꼬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가 동기식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무리에 가깝다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꼭 동기식을 추진하려면 시장의 요구를 존중해야 한다. 정부가 당초 정한 출연금에 얽매이지 말고 출연금을 신청한 업자들이 경쟁을 통해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무대책으로 마냥 사업권 신청 시기를 연기하거나 다른 형태로 업계를 압박해 억지로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신청하게 하는 일은 누구한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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