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디지털방송의 표준화와 콘텐츠

◆강성재 아이큐브 사장

1994년 미국의 디렉트TV가 디지털 위성방송을 실시한 이후 전세계로 방송의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우리나라도 96년에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작한 이래 이 분야가 경제발전의 큰 축임을 인식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으며, 이제는 선진국과 그 수준을 같이하게 되었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 방송과 비교할 때 다음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다채널화, 고품질화, 다기능화로 요약된다.

첫째, 압축기술을 통하여 채널 수를 대폭 확장할 수 있다. 이제 시청자는 제한된 채널에서 제한된 내용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마치 잡지를 고르듯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둘째, 정확한 이미지, 소리를 송출할 수 있으며 같은 대역폭으로 보다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어 고품질의 방송이 가능해진다.

셋째, 디지털 방송은 기존의 영상, 소리뿐만 아니라 이미지, 데이터 등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어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 안내 정보나 일기예보 혹은 증권정보와 같은 순수데이터 서비스를 할 수 있으며 드라마의 줄거리나 스포츠에서 각 선수들의 소개를 볼 수 있는 종속데이터 서비스도 가능하다.

또한 시청자가 방송국으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 리턴채널이 구현되면 시청자가 직접 참여하는 퀴즈 프로그램이나 실시간 여론조사까지 가능해진다. 홈쇼핑의 방법도 훨씬 다양해지는 데 예를 들어 드라마를 보다가 그 배경을 체크하면 촬영장소에 대한 소개와 함께 여행 상품도 바로 주문할 수 있게 된다.

이상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디지털 방송은 단순히 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나 방송장비산업 활성화 정도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예를 찾기 힘들 만큼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게 된다. 이 중에서도 데이터 방송이 중심이 되는 방송의 다기능화는 그 변화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방송의 다기능화는 방송산업과 타 사업과의 전통적인 벽을 허물기 때문이다. 이는 플랫폼 사업의 활성화에 의한 방송사업구조의 커다란 변화를 의미하므로 무엇보다 우선 표준화 문제가 정리되어야 한다. 표준화는 단순히 콘텐츠의 상호호환성의 문제를 넘어 전체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다시 말해 예전에는 「방송시장」이란 말로 다른 영역과 엄격히 구분되는 시장이 소프트웨어, 통신,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 다른 시장과 융합되는 것이 디지털 방송시장의 큰 특징인 것이다.

따라서 그 표준은 가능한 한 오픈 플랫폼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장비업체나 솔루션 판매자 그리고 프로그램 생산자들의 시장 신규 진입이 수월해지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활성화되고 정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디지털 방송의 시행에 있어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충족되어야 할 부분들, 즉 시스템 및 주변 솔루션이 새로이 구축되어지는 상황이라 사업을 빨리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활용을 고려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안정적 사업 수행이라는 사업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많은 업체들이 이에 대해 폭넓은 대비를 하고 있으므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방송을 포함한 모든 관련 산업들의 활성화에 어느 것이 중·장기적으로 타당한가에 대한 안목에 있다고 본다.

다양하고 많은 사업자들이 방송 시장에 새로이 들어오는 것은 사회·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디지털 방송은 예전처럼 일대다의 형태가 아니라 다채널화, 다기능화로 인한 다대다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어떤 시스템으로 어떤 내용을 제공하는가가 중요하며 시청률의 차원을 넘어서 소비자의 요구에 빨리 반응하는 것이 방송사업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된다.

이런 점에서 보다 많은 사업자들에 의해 시스템과 콘텐츠가 경쟁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어야만 전체 사회·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눈 앞의 문제 때문에 우리의 문화와 맞지 않는 시스템과 콘텐츠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올바른 답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도 방송의 지대한 영향력으로 인한 사회·문화적인 왜곡현상에 대해 심심찮게 이야기가 들려오는 데 더구나 그 영향력이 지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디지털 방송이 되면 이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결코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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