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살아있다>(2)영상기기-대우전자 구미공장

국내 가전산업을 지탱해온 가전3사 가운데 하나인 대우전자는 요즘 워크아웃 진행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디지털 HDTV와 PDP TV 분야에서 발군의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출에 나선 브라운관(CRT)방식의 32인치 HDTV 「써머스」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동급제품시장의 40%를 점유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20% 이상의 높은 시장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는데다 올해는 미국 CRT방식 HDTV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또한 이제 막 시장이 열리고 있는 42인치급 PDP TV도 대당 가격이 6000달러를 호가하는 고가제품임에도 최근 영국에 3년간 2만대를 수출키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형 첨단 디지털TV 세계시장에서 정상급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같은 대우전자의 저력이 솟아나는 곳이 바로 디지털 HDTV와 PDP TV, DVD, 웹모니터 등 첨단 영상제품 생산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구미공장이다.

◇구미공장 개황 =경북 구미시 공단동 295번지에 위치한 대우전자 구미공장은 멕시코·폴란드·프랑스 등 1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 영상기기공장의 생산을 지원하고 감독하는 모공장이다.

이 공장은 지난 71년 9월 초창기 국내 가전산업을 이끌어온 대한전선이 설립, 흑백TV와 VCR·음향기기 등을 생산해 오다 83년 3월 종합가전업체로서의 발전을 표방한 대우전자가 인수하면서 TV·VCR·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종합영상공장으로 재탄생했다.

기숙사와 사원아파트를 포함한 총면적은 15만4000여평. 이 가운데 11만평 규모인 전자공장에는 TV·VCR·모니터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성형·금형·부품 공장 등 지원공장과 식당 및 직업전문학교가 포진해 있다.

대우전자 구미공장은 현재 직원수가 크게 줄어 총 1586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생산능력은 예전과 동일할 정도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주력사업인 TV의 경우 올해부터 CRT방식 HDTV와 PDP TV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총생산량을 지난해 143만대에서 올해 160만대로 11% 이상 확대키로 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총 9500억원을 달성했던 매출액도 올해는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목표를 대폭 올려잡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회복 =구미공장이 최근들어 TV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성을 큰 폭으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은 IMF한파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구조조정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IMF와 빅딜파문에 이은 워크아웃으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는 했지만 구미공장에서는 이를 단순히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차원에서 벗어나 생산성 제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인력구조를 재조정해 나갔다. 또 단순 반복업무나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외부 용역인력을 활용하는 아웃소싱체제로 전환했다.

대우전자 구미공장이 지난 한해동안에만 직원수를 총 2464명에서 1586명으로 36%나 줄이고도 생산능력은 이전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같은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TV공장의 경우는 IMF이후 총 60%가 넘는 인력을 감축하고도 생산성은 3배나 향상시켰다. 지난 97년까지만 해도 8개의 생산라인에 총 1255명을 투입해 월 15만대를 생산했으나 지난해말 생산라인을 4개로 줄이고 투입인력도 509명으로 대폭 줄인 대신 PCB 자삽라인을 인라인화하고 이를 완제품라인과 정류화함으로써 월 16만대를 생산하는 개가를 올린 것. 이는 대우전자가 디지털TV를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일류제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특별관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비전 =구미공장은 특히 최근들어 가전분야도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이 지배하기 시작함에 따라 시대적 상황에 맞게 디지털 전문공장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2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진행, 생산성과 대외경쟁력을 크게 높인 데 이어 차세대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HDTV와 PDP TV 및 DVD플레이어·웹모니터 등 첨단제품을 집중 육성, 공장 자체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매각을 통한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대우전자 전사차원의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구미공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전사원 한마음 전진 결의대회 및 열린토론회제도, 명사초청강연회, 슬로건 공모, 분기별 5정운동 전개를 통한 쾌적한 환경조성, 한마음체육대회, 정례팀 간담회 등 다양한 형태의 새출발 재도약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인식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하고 있는 「하이파이브 생산혁신 운동」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식개혁운동이다.

특히 구미공장이 디지털화에 특히 박차를 가하고 있는 TV공장은 그동안 셀라인으로 운영해온 32인치 브라운관방식 HDTV 생산라인을 최근 콘베어라인으로 전환, 대량 생산 채비를 갖췄다. 36인치 브라운관방식 디지털TV 양산을 위한 콘베어라인도 상반기안에 구축,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또 최근 스피커 등을 분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42인치 PDP TV 신제품도 조만간 양산키로 하는 등 디지털TV 제품군 다양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우전자는 지난해 총 4000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던 HDTV 생산량을 올해는 총 5만5000대로 대폭 확대해 국내시장에 판매하는 동시에 유럽과 미주시장에 수출하고 대당 수출가격이 6000달러를 호가하는 PDP TV도 올해는 월평균 1000대씩 생산,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1만대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밖에 VCR사업부와 모니터사업부도 각각 DVD플레이어와 WBT(Web Based Terminal)를 내장해 자체만으로 소형PC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웹모니터를 세계 일류제품으로 육성하는 것도 구미공장의 핵심전략 가운데 하나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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