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IT 협력을 위한 전략적 과제

안준모 건국대 교수 joonan@kkucc.konkuk.ac.kr

필자는 금년 2월 6일부터 10일까지 4박 5일 동안 몇몇 벤처기업인과 함께 학계를 대표하여 북한의 평양정보쎈터(PIC)와 김일성종합대학 정보센터 등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이번 방북은 몇 가지 주요한 의미와 함께 정보통신 분야의 남북 협력에 주요한 전략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이번 방북은 최초의 민간기업, 특히 벤처기업의 자체적 사업의지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T산업은 특성상 벤처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더욱 공고히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남북경협 중에서 특히 IT분야의 경협은 벤처기업이 향후 주도적 경협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추세를 고려할 때 이번 방북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향후 IT 분야에서의 벤처기업의 역할이 더욱 확산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벤처기업의 공동 추진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 의미는 북쪽의 IT,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현실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지적 사고의 결과인 코드를 산출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인적 자원의 기본적 사고능력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방문한 PIC와 김일성대학의 경우 모두 북한 최고 인재들이 선망하는 분야임은 이미 주지하는 바와 같았다.

PIC만 하더라도 18개 개발 그룹의 실장급은 대부분 박사급 인재로서 다년간 일정 분야에서의 전문적 경험과 주요 국제 학술회의 참가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국제적 기술 동향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실무적 차원에서는 북쪽이 일반적으로 폐쇄된 사회라는 인식과는 다르게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김일성대학 정보센터도 미래 인터넷 영화제작 엔진을 개발하면서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있었다. 정보센터 소장 정우환 박사는 남쪽과의 협력 분야는 기술보다는 마케팅 분야에 관한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세번째는 북쪽이 최근에 IT 분야의 협력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점이다. 남쪽 통일IT포럼의 협력 제안에 대해서도 제안된 분야에 대한 향후 협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협약서 형식으로 수용하였다는 점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향후 정보교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협력 및 세미나 개최의 물꼬를 트게 되었다. 벤처기업의 협력에 대해서도 북쪽의 필요만 충족시키고 이러한 필요가 남쪽의 요구와 일치한다면 협력의 가능성과 진전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이처럼 직접 가서 본 북쪽의 IT 현실은 우리에게 몇 가지 전략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우선 향후 IT분야 협력의 주체는 벤처기업이 되어야 실제적인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에 많이 거론되었던 북쪽의 저렴한 인력 활용 전략은 다소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점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상당한 인건비가 들 수도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소프트웨어는 설계 도면에 근거하여 일사천리로 수행되는 사업 프로세스라기보다는 시행착오에 의해 진행되는 실험적 프로세스다. 따라서 남북교류에서는 우선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하고 이를 실제 프로젝트화하여 수행하여 이를 통한 이익의 공유 및 역할분담, 의사소통 방식에 대한 학습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정부 차원의 기금조성, 교육센터 설립 지원, 인큐베이션 사업 지원 등의 실험 촉진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벤처기업 차원에서는 단계적 협력사업 추진이 필요하다. 한번에 모든 것을 이루기보다는 단계적이며 분명한 요구사항에 근거한 역할 분담 하에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초기에는 남쪽 기업은 북쪽의 인력을 활용한 개발 아웃소싱센터나 기초 연구개발 협력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통일IT포럼 및 관련 연구 단체는 남북한 핵심 분야 선정, 정보 공유, 인적 교류의 교두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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