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잔치는 이미 끝났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성공적인 미래」를 장담하며 의기양양해 했던 닷컴의 호기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봄 주가 폭락 이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닷컴은 하염없이 추락, 「성공」은 고사하고 「생존」조차도 약속하기 힘든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대규모 감원 등 경비 절감을 축으로 하는 구조조정에 뒤늦게 나서고는 있으나 이미 대세는 「몰락」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는 분위기다.
규모가 작은 닷컴기업은 상당수가 이미 간판을 내렸고, 아직 이름을 내걸고 있는 업체중에서도 적지 않은 곳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도산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닷컴은 이대로 몰락해 갈까, 소생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http://www.strategyanalytics.com)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2001년에는 온라인만을 기반으로 하는 순수 e커머스 사업 모델은 멸종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닷컴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업체와 결합(공생)」하는 길밖에 없다고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닷컴 실태와 문제점
나스닥 등 세계 기술주 주식시장에서 한때 주당 수백달러나 됐던 닷컴의 주가가 1∼2달러로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순수 e커머스 사업 모델이 사라지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닷컴의 파산 또는 도산 소식(설)도 이제는 소형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규모가 큰 유명 업체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토이스(eToys)와 프라이스라인(Priceline) 등과 같은 주연급 닷컴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실제 이토이스는 지난달 초 전체 1000여명의 직원중 700여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남은 직원들도 4월 초까지 모두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혀 완전히 간판을 내릴 뜻을 비쳤다.
한때 시가 총액이 77억달러나 됐던 이 회사는 3월 말까지 현금이 모두 바닥날 위기에 놓여 있으며 새로운 투자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희박해 몰락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몰락은 사실 그 이유가 「돈을 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한마디로 설명된다. 이토이스도 마찬가지다. 설명을 더 붙이면 인터넷으로 장난감을 싸게 판다는 단순한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그럴 듯하게 보여 투자가 몰렸지만 사업이 계속되면서 적자만 쌓이고 매출도 줄어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닷컴기업은 근본적으로 한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장에 남아 있기 위해선 적지 않은 규모의 투자를, 그것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점이다. 특히 시장 지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투자를 해야 하며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도 어쩔 수 없이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규모의 경제(생산규모가 증대함에 따라 생산비에 비해 생산량이 보다 크게 증가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창출)」 원리에 의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소매상점도 눈에 보이는 진열대에 물건을 계속 채우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고 돈이 달려 더 이상 물건을 제공하지 못하면 장사를 계속해 나가기가 힘들다. 하지만 닷컴 사업은 이보다 훨씬 투자 부담이 크다. 소비자가 대략 어느 정도되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가상으로 존재하는 진열대에 물건을 가득 채워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순수 닷컴 처지에서 보면 카탈로그 판매와 같이 제품 목록을 소비자들에게 보내고 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사업은 그래도 투자부담 정도가 덜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은 웹사이트 접속률을 참조하여, 현실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객들에게 보낼 카탈로그 수량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순수 닷컴기업은 국내에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판매업체처럼 전국적 배급망을 새로 창출해야 하며 그 위에 효과적인 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 게다가 더욱 불리한 것은 많은 닷컴 관리팀들이 웹 디자인 분야에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소매사업 방식이나 제공하는 상품의 영역에 대한 지식이 낮다는 점이다.
이런 특성으로 닷컴기업은 단순히 사업 유지를 위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막대한 자금을 계속 쏟아부어야 했다. 이 결과로 많은 닷컴기업들이 지난 9개월 동안 추락하고 금융시장이 성공적인 e커머스 기업에도 호감을 잃게 된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급기야는 옥석도 구별하지 않고 수백건의 아이디어와 사업계획을 무차별로 폐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반응을 전적으로 불합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닷컴 모델에 따라 설립된 모든 회사들이 수익을 내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엄청난 인프라 투자가 선행되기 때문이다.
닷컴에 대한 금융시장의 태도가 이렇게 변해가면서 인력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20개 이상의 미국 e커머스 업체들은 합병·파산 등으로 2000년 4월 1일 이후 1만1000명 정도의 인력을 정리했다. 여기에 직원 수가 너무 적어 정리 해고를 발표하지 않는 소규모 업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정리 해고된 사람수는 2만2000명으로 더욱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오프라인의 인터넷 사업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여전히 온라인 사업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닷컴이 줄줄이 도산, 빈 자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계속 경계하면서도 선뜻 그 자리를 메우려 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설명된다.
무엇보다도 오프라인 소매업자들이 소비자 취향, 소비자 인구분포, 경제 조건 등 불확실한 수요 정보에 대응하면서 극히 미미한 마진(약 2%)을 얻어내는 「위태로운 외줄타기」에 나서는 것은 아직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또 이처럼 마진율이 적은 데 온라인 사업을 겨냥, 효과적인 e커머스 사이트를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매년 대략 5000만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밖에 오프라인은 카탈로그 판매나 TV 홈쇼핑과 같이 소비자 직판 채널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들의 장점 분야를 온라인과 접목해도 오프라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하질 못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도 가장 성공적인 전통기업이 통신과 물류에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소비자를 이끌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 예로 온라인 쇼핑자들은 아마존같은 순수 닷컴 기업이나 아큐브이시(iQVC)같은 직판 전문업체를 월마트같은 전통적인 소매 체인보다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다.
◇닷컴 생존 해법
e커머스에서 순수 닷컴의 사업 모델이 갖고 있는 문제는 제품 가격이 비싸고 투자비가 너무 든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순수 닷컴 사업이 당면하고 있는 재정적 한계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닷컴기업은 독자적인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해 몰락하거나 경쟁사인 기존의 전통기업에 흡수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소매업체는 온라인 상에서 브랜드력이 약하고 온라인의 특성을 잘 모른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쪽을 포기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장기적인 기업 이익과 생존을 고려한다면 온라인 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두 진영이 e커머스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순수 닷컴과 전통적인 소매업체가 서로 도와 함께 사는 「공생(共生)」이라는 해법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공생은 결코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흡수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흡수는 실패로 끌날 가능성이 높은 잘못된 방식이다. 공생은 어디까지나 업체간의 긴밀한 관계 즉, 각 업체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경에 맞춰 각각의 강점을 이용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미 공생은 시도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과 토이스러스(Toysrus)의 협력 관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들 관계는 너무 조급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특히 고객서비스 분야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토이스러스에서는 판매 제품에 하자가 발견됐을 경우 교환·반환·변상이 자연스레 이뤄졌지만 아마존-토이스러스에서 원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손상된 완구를 구매한 부모들은 이제 가게에 직접 찾아가 문제의 물건을 직접 반환할 수가 없고 모두 우편으로 제품을 보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이들 두 업체의 공생관계 구축은 그럼에도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지만 합리적인 생존 방식으로 주목되고 있다. 현재로는 이 공생만이 최선의 선택인 것이다.
<정리=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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