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형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dhong@ccs.sogang.ac.kr
IMT2000 사업을 놓고 벌여 온 동기, 비동기 논쟁이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이동통신 방식이 제1세대(1G, AMPS)에서 2세대(2G, CDMA) 또 PCS 그리고 3세대(3G, IMT2000)로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마치 통과의례처럼 이러한 논쟁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27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전 인구 대비 가입률 60%를 상회하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단말기는 거의 100% 국산 장비다. 10년 전의 시스템 100% 수입, 단말기 70% 이상 수입과 비교하면 간단히 CDMA 성공 신화의 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CDMA 시스템 및 단말기의 생산 규모 총 8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이러한 성공의 의미는 더욱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기, 비동기 논쟁이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지 않아 아쉽다.
동기, 비동기 논쟁은 매우 기술적인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그 차이를 기술면에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 통신 공학 관련 과목을 두 학기 정도 수강한 후에나 이해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주제가 전 국민적인 관심과 토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물론 실상은 다르다. 논쟁의 무늬만 기술적이고 핵심은 다분히 사업적이고, 정치적이다. 따라서 논쟁의 표현과 이면의 의미가 다르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등 소모적인 면이 많다.
한편 이동통신은 가입자의 수가 유선전화보다 많아진 지 오래고 그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무선통신은 이제 국가 통신 인프라의 주요한 근간이 되었으며 이러한 논쟁은 국가 주요 인프라의 대계를 세우는 차원에서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2G 시스템의 개발에 정책당국, 서비스사업자, 장비업체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노력한 결과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성공적으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이러한 성공 신화가 3G 시스템에서 계속 될 수 있을지 아니면 1G 시스템으로 후퇴할지 우리의 장비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게 된 주요 원인 중의 하나는 동기든 비동기든 3G 시스템을 위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지적재산권(IPR)으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 2G 시스템에서의 성공 내용이 선진 기술의 상용화 측면이 강했다면 다음 세대로 넘어 가면서 그 내용을 원천 기술의 확보에까지 충분히 확대하는 우리의 노력이 미흡했다.
현재 산업체 및 연구계는 3G 시스템의 상용화 장비 개발에, 특히 외국 경쟁사보다 늦어진 비동기 장비개발 일정 단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일본, 유럽 등에서는 IMT2000 이후의 4G 이동통신 시스템을 위한 연구 개발이 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국제기구 ITU를 중심으로 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3G 상용 시스템의 확보를 위한 노력뿐 아니라 4G 시스템에 대한 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특히 원천특허 확보를 위한 기본 기술의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적으로도 아직 4G 시스템의 개념, 사양 등이 정해지지 않고 비전, 서비스 진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TDX 개발이나 CDMA 상용화 시스템 개발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던 기술 개발 방법이 4G 기술 연구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새로운 연구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계의 연구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학계의 연구는 다분히 개별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으며 시급히 필요한 인력 양성 및 응용기술 개발에 기여해 왔다. 이제는 학계가 인력 양성뿐만 아니라 원천 기술을 연구하여 원천특허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를 위한 정책당국, 산업계, 연구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장비산업이 처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의 4G 이동통신 산업에서 국가적으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창출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며, 또 역할을 분담하여 연구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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