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그랜드컨소시엄을 싸고 정부와 업계가 계속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펀딩(자금조달)」이라는 1차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성이 불투명하더라도 사업 주체의 역량이 뛰어나거나 예기치 못한 사용환경 변화 등이 있을 경우 「죽으란 법」은 없고 동기가 의외의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투자와 시장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컨소시엄이 구성만 되면 이후는 탄탄대로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당장 기업들이 머뭇거리는 것은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이 쉽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다.
특히 기업환경이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흐르면서 엄청난 선투자가 요구되고 투자회수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통신사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동기 컨소시엄 구성의 걸림돌이다. 한마디로 즉각적인 자본 이득이 보장된 곳이 아니면 투자를 극히 꺼리는 경제 주체들의 「조급증」이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가뜩이나 시장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은 동기식사업에 선뜻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 초기투자비만 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에 많게는 수천억원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의 현금을 쏟아부을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기사업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일단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출연금 삭감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을 중심으로 PICCA 등은 현재의 여건에서 1조원이 넘는 출연금을 내고 사업권을 따내도 시장 안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실제로 동기 유력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현주가는 5000원 미만이다. LG텔레콤 역시 1만원 미만이다.
만약 이들이 주축이 돼 컨소시엄을 만든다면 신설법인은 초기자본금을 3000억원으로 책정하더라도 액면가 5000원짜리 주식에 출연금을 포함한다면 실제 주가는 2만원을 상회한다. 동기사업에 투자해 지금 당장 주식을 매각한다면 산술적으로는 이득은커녕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이 정도면 투자자가 선뜻 나서기에는 어딘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동기사업 추진론자들은 정부의 결단을 요구한다. 현실론을 앞세워 어차피 시장 경쟁이 불리한 만큼 동기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 곧 출연금을 5000억원 이상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투자 리스크가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국내외 기업들이 동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도 붐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동기산업의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동기 인센티브정책은 「링」에 오른 후의 효과지 지금은 링에도 못 올라간 채 안감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장 현실적인 출연금문제를 재고하는 것이 동기산업 육성이라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실현할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불가원칙이 확고하다. 또 경쟁 비동기사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똑같은 국가 재원(주파수)을 배분하면서 가격 격차를 두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며 정부가 앞장서 이 같은 정책을 펼 리 없다고 차단막을 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내 업체에 출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어느 정도 명분이 있지만 외국 기업들의 지분투자가 이뤄질 경우 이들에게까지 출연금을 덜어준다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보통신업계는 모두 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선택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현행대로 동기사업자를 선정할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내놓을지 분명치 않지만 그 출발점은 통신시장 경쟁정책 재수립이라는 차원이 돼야 한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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