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TRI 기관장 임기만료 앞두고 10여명 각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원장 임기가 다음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신임 기관장에 공모할 후보를 둘러싸고 무성한 억측이 나도는 등 대덕연구단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욱이 원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 10여명에 달해 벌써부터 선거전을 방불케 하는 예측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일부 ETRI 직원들이 유력후보 줄대기와 여론몰이에 나서 주목된다.

원장 공모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정선종 현원장이다. 정 원장의 측근들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논리와 함께 현직의 장점을 내세워 강력한 연임 지지운동을 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인사정책의 중립을 선언하며 전자통신연구진흥원의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이사회까지 통과된 연임안이 반려되는 등 「연임은 안된다」는 기본방침이 구체화되고 있어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편중인사와 독단적인 경영 등 좋지 않은 내부 여론이 정 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맞서 경쟁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전 ETRI 이동통신사업단장을 지낸 박한구 현대전자 부사장과 경북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를 지낸 정호선 전 국회의원, 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으로 내정돼 있는 임주환 전 ETRI 교환기술연구소장, 오는 3월 직제개편을 앞두고 있는 김정덕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 등이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박한구 현대전자 부사장은 현대전자와의 계약이 2년 정도 남아있고 정호선 전의원은 ETRI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다 전직 정치인이어서 ETRI 내부의 지지여론을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임주환 전소장도 TTA 사무총장으로 내정된 지 얼마 안돼 공모에 선뜻 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또 김정덕 사무총장의 경우 정선종 원장과 출신고가 같아 동문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ETRI 내부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최근 벤처기업으로 이직한 마동성 전 회로기술연구소장, 오길록 연구위원 정도. 마동성 전소장의 경우 정치력과 지지기반이 다소 부족한 점과 벤처기업 회장직으로 옮긴 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 공모에 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길록 전연구위원의 경우 2년 전 정선종 원장과 경쟁관계를 가질 만큼 리더십이 탁월하고 특히 포용력이 남달라 ETRI 직원들로부터 「덕장」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최근까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부인사로는 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에서 전자부품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춘호 원장과 산업기술연구회 이사 겸 선문대 정보통신공학과 유영기 교수 등이 원장후보감으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ETRI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원장 공모기간을 최소한 1주일은 둬야 하기 때문에 이달내에 공모를 둘러싼 각축전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로비성향 등이 강한 인사로 낙점되는 정치적인 바람이 ETRI에 다시 불어닥친다면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최소 10년간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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