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IT교류 민간대표단의 이번 방북은 단순히 경제협력 차원보다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통일 대업의 「첫걸음」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 당장 북한에서 필요한 기술과 남북한 상호교류의 인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협력단이나 일부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하긴 했으나 IT전문가 집단이 민간차원에서 방북하기는 처음이다. 따라서 업계 차원의 실질적인 교류로 산업을 동시 발전시키고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데 이번 민간대표단의 무게가 실려 있다.
◇IT인력교류 가시화 =민간대표단은 지난 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후 북한 제 2의 경제특구 지정 후보 지역 가운데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거론되는 신의주 지역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분단이후 남북 경제협력을 목적으로 한 남한측의 기업과 정부 등 다양한 대북접촉 및 방북 노력 가운데 뒤늦게마나 처음으로 남한측 IT전문가로만 구성된 이번 남북IT교류 민간대표단에 거는 기대는 다른 방북단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번 민간대표단은 북한을 방문하는 최초의 남한 IT전문가 집단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활발해진 남북 교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대표단이 북한 방문 기간동안 풀어놓을 의제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 교류 및 협력 논의와 시도가 실패로 끝났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 민간대표단은 당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의제로 선정해 북한을 자연스럽게 교류의 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사가 지난해 9월부터 하나비즈와 금강산국제그룹 및 북한의 민경련과 공동으로 중국 단둥과 연계해 국제 규모의 멀티미디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단지인 「단둥-신의주밸리」 조성을 추진해온 신의주 지역에 우선 북한의 우수한 IT인력을 위한 교육센터를 설치하는 문제는 이번 방북으로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현 가능한 과제로 성과 기대=신의주밸리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우선 남한은 북한 고급 IT인력을 안정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IT산업의 급부상과 함께 제기된 고질적인 IT부문 고급인력 부족난을 해결할 수 있다.
북한은 현재 공산권 국가 전략물자 반출제한 국제규범인 바세나르협약으로 인해 기술발전에 제약을 받고 있어 신의주밸리가 조성되면 남한 기업과의 공동작업으로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남한 기업들의 북한 IT인력 수용은 북한의 경제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남북 인터넷 교류 및 남한 IT기업의 북한 진출 등 포괄적인 남북간 IT 교류를 위해 민간대표단은 북한과 협의를 거쳐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 서적 북한 보내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남북간 IT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북한에서 IT분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대표단이 실질적인 남북 IT 교류 기반 조성을 위한 조치로 북한에 제안할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북한이 개발한 우수한 소프트웨어의 남한 혹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복안도 대표단 차원에서 이미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표단은 지난해 발족한 통일 IT포럼에 북한 IT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켜 실질적인 남북 IT 교류 및 협력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민간대표단에 참여한 한국인터넷정보센터와 기가링크, 큐빅테크 등 각각의 대표들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당장 실현가능한 과제를 마련해 이번 방북이 다른 어떤 방북단보다 높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통일기반 조성 「한 몫」=이번 방북단에 학계 인사로 유일하게 참여한 건국대 경영정보학과 안준모 교수는 『남북한 IT 관련 학계의 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제시하는 한편 향후 벤처산업과 북한 소프트웨어 연계 방안, 산학 협동 가능 분야 타진을 위해 방북한다』고 밝혀 대표단의 전체 의제와 함께 다양한 개별 의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번 민간대표단이 주목받는 이유는 남북경협 역사상 최초의 민간 IT전문가들로 구성됐다는 상징성 못지 않게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 기반 조성을 IT분야가 선도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즉 IT분야가 남북간에 크게 벌어져 있는 정보격차를 줄이고 남북 상호 경제적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첨병으로 인정받는 만큼 이번 방북단의 남북 IT 교류·협력은 통일 기반 조성에도 한몫을 단단히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남북 IT교류 민간대표단의 북한 방문은 궁극적으로 민족사업 또는 통일사업을 위한 「첫 단추」라는 결론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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