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에 달렸다

D램 반도체가 날로 다양해져 여러 제품의 생산량을 적절히 안배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너무 많은 제품이 동시에 나와 있어 제품생산을 최적화하는 문제가 앞으로 D램업계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D램 제품의 다양화=1년 전만해도 D램은 싱크로너스(S)D램과 EDO D램 뿐이었으나 이제는 램버스 D램,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이 추가됐다.

용량면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혼재됐다. 4·16·64·128M에 이어 256M D램이 판매되고 있으며 올해에는 512M D램도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업체가 생산하지 않는 4M를 빼더라도 16M에서 512M까지 무려 5개 제품군이 공존한다. 기껏해야 3종이었던 D램산업의 역사에서 이처럼 많은 제품군이 같은 시기에 출시된 적은 없었다.

데이터 처리속도에서도 주력인 100㎒와 133㎒에 이어 266·288·333㎒ 등을 구현하는 D램 제품이 잇따라 상용화되고 있다.

제품의 다양화는 D램의 쓰임새가 넓어지면서 신제품이 많아지고 기존제품도 신규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D램은 주로 PC에 쓰였으나 멀티미디어화 및 고성능화 추세로 게임기, 이동전화, 디지털 세트톱박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규 응용시장은 올해에만 2억∼2억2000만개(64M로 환산)로 전체 D램시장의 20%대를 차지할 전망이다. 점유율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 판매될 D램의 종류가 예년의 3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이 늘어나면 D램업체들은 팔 것이 많아져 좋을 것으로 여겨지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제품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진다. 또 제품마다 시장환경이 급변해 제품 생산구조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시장흐름과 동떨어진 제품구조를 가진 업체들은 급격히 몰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 셈이다. 특히 이같은 일은 특정 제품에 치우친 업체들에서 더욱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같이 64M D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상위업체와 대만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 국내업체의 대책=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올해 생산구조를 효율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두 회사는 먼저 128M와 266㎒ 이상으로 램버스 D램과 DDR S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비중을 높이는 한편 64M 이하 제품도 PC용보다는 이동전화용 등 수익성과 공급의 안정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정확한 시장예측이 관건으로 떠오르자 고객사와의 정보교류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밖에 복잡한 제품 생산구조로 시장변동에 따라 생산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고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라인을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납기에 신속히 대응하고 수익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사내 각종 정보시스템을 통합하려는 것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국내 D램업계 관계자들은 『생산전략을 짜는 것이 예전보다 힘들어졌으나 오히려 우리와 상위업체들에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SD램과 같은 한 품목만 갖고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버틸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대만업체와 같은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다양한 D램 제품의 생산에 대응할 수 있어 가격변동의 부침이 심한 D램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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