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문화산업 10대 과제>8회-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 실시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지상파TV를 통해 화려한 영상과 CD 수준의 깨끗하고 선명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방송이 실시된다.

이미 지난해 9월 시험방송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디지털 방송용 수상기 보급이 미미하고 방송시간도 주당 몇 시간에 불과해 그야말로 시험해 보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본 방송이 실시되는 올해 말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지상파 디지털TV 방송은 컬러TV가 몰고 왔던 영상혁명을 훨씬 초월하는 대대적인 문화혁명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컴퓨터·통신·인터넷과의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바보상자라는 오명을 떨어버리고 지식의 총아로 거듭나게 된다.

디지털 방송의 실시는 산업 측면에서도 디지털TV 수상기와 세트톱박스,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산업, 디지털 영상 콘텐츠 등의 산업발전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디지털 지상파TV 방송이 성공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디지털 방송은 크게 제작·송출·전송·수신 등의 요소로 나눠진다.

이중 방송사가 직접 담당해야 할 디지털 장비는 제작과 송출, 전송 등이다. 수신은 시청자들이 디지털TV 수상기를 구입하면 되기 때문에 일단 방송사들이 부담할 부분은 아니다.

현재 방송사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향후 5년간 KBS·MBC·SBS 등 방송 3사가 부담해야 할 디지털 전환자금 1조5000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

제다.

디지털 방송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자금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방송사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방송사에 전적으로 맡겨 놓았을 때 막대한 전환자금을 스스로 조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시청료 인상과 광고제도 개선, 관세 감면, 자금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방송사들의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아직까지 수신료 인상이나 광고제도 개선 등 확정된 지원책은 없다.

방송계에서는 현재 2500원인 수신료보다 30∼40%는 인상돼야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은 국민들에게 물가인상요인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얼마나 인상될지는 현재로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올해 말부터 본 방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전환자금을 마련해서 디지털 제작장비 등을 도입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유로 인해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어 수신료 인상 시점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흑백TV 방송에서 컬러TV 방송으로 전환할 때 시청료가 대폭 인상됐던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로의 전환에 따른 시청료 인상은 시기와 폭이 문제일 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통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한다면 MBC와 SBS는 광고수입 증대를 통해 전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당국에서도 방송사의 광고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제도를 총량 개념으로 전환해서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편성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삽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광고주로부터 보다 높은 광고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이들 방송사의 입장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프로그램 중간 광고 등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정부에서는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른 방송사들의 지출부담을 감소시켜 주기 위해 관세 감면과 투자세액 공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디지털 방송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방송발전기금의 일부를 공공장소 등의 공동수상기 설치 및 독립제작사의 디지털 방송프로그램 공동제작시설에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보화기반조성사업 차원에서 디지털 방송에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자금 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디지털 방송환경에 맞는 프로그램 제작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 시스템으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디지털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방송 제작장비의 80% 이상을 지상파 방송사들이 독점하고 있고 전문 인력도 대부분 지상파에 몰려있다. 이같은 현실에서는 효과적인 디지털 방송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다 다양하고 우수한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제작하기 위해서는 전문 독립프로덕션의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하며 디지털 방송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방송발전기금 중 일부로 독립제작사의 디지털 공동 제작시설(HDTV 프로그램) 설치비용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방송계 일각에서는 디지털 지상파TV의 전송표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확정한 ATSC방식이 시스템의 성능과 호환성 그리고 확장성 면에서는 유럽의 DVB-T 및 일본의 ISDB-T에 비해 뒤진다는 주장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ATSC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상당기간 이 문제가 방송계 현안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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