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재도약-CEO가 변해야 산다]3회-비전과 글로벌 감각이 필요하다

신년 벽두 인터넷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 e베이와 옥션이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할 때 있었던 일화 하나.

당시 옥션의 가치를 조사하고자 방한한 미국 e베이 평가단이 협상 테이블에서 제일 먼저 질문했던 내용은 재무상태나 수익모델 여부, 사업계획이 아닌 「옥션의 비전」이었다. 옥션 이금룡 사장은 『협상을 위해 회사에 관한 모든 자료와 데이터를 철두철미하게 준비했으나 평가단은 의외로 옥션의 비전을 집요하게 물어 당황했다』고 말했다.

◇비전을 갖자 =미국 벤처캐피털이 투자 우선순위로 CEO의 자질과 비전을 꼽는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주식시장에서 골드뱅크나 새롬기술·다음과 같은 인터넷기업의 성공신화가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안고 인터넷시장에 진출했다. 인터넷 열풍과 정부의 벤처 육성 바람과 맞물려 저마다 세계 최고의 닷컴을 꿈꾸며 인터넷 러시를 주도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주식시장 침체로 닷컴신화도 서서히 퇴색하기 시작했다. 막연한 미래가치보다 현재가치가 인터넷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떠오른 것이다. 금융시장이 마비되고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현실성 없는 화려한 비전이나 고성장 모델에 귀기울일 여유가 없다.

하지만 인터넷기업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비전이다. 비전은 단순히 마음 속에 그리는 꿈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업에 비전은 미래의 청사진이자 목표다. 구체적인 사업모델에서 매출이나 투자자금 확보 계획, 심지어 인원 조달방안까지 포함하고 있다. 비록 우아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지만 기업의 비전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려주는 방향타다. 그만큼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CEO가 현실성 있는 비전을 만들고 이를 앞서 주도할 때 직원들도 힘을 얻을 수 있고 사기가 충천할 수밖에 없다. 비전과 가치관이 없는 CEO를 둔 기업의 미래 역시 밝을 리 만무하다.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 =모든 국내 기업의 지상과제는 해외시장이다. 매년 사업 계획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항목이 아마 해외시장에서의 매출목표일 것이다. 사실 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볼 때 넓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기업의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터넷기업에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닷컴기업의 해외진출은 단순히 제품이나 솔루션을 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CEO의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닷컴기업의 해외진출이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규모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스라엘 벤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CEO의 열린 글로벌 마인드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이스라엘 기업은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대단히 긍정적이다. 실리를 따져 이익이 된다면 매각도 서슴지 않는다. 기업은 비록 사라질지 모르지만 제품과 기술만은 영원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컨설팅업체인 인터젠 박용찬 사장은 『이스라엘 기업이 나스닥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빛을 보는 것은 모두 CEO의 글로벌 마인드와 열린 경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체 힘으로 해외시장 진출이 여의치 않다면 글로벌 판매망을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을 십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마인드는 이 같이 세계적인 스탠더드에 맞는 감각을 의미한다. 또 하나 닷컴기업의 아킬레스 건은 해외에서 마케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국적 기업의 경쟁력은 마케팅 능력에서 시작된다. 반면 국내 닷컴기업은 아직도 마케팅보다는 기술을 먼저 꼽는다. 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 글로벌 네트워크는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국내의 앞선 인터넷기업은 이미 핵심기술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통해 기반을 잡아 나가고 있다. 이제는 장기적인 전략과 비전 아래 핵심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또 한 번의 닷컴신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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