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핵심부품업계, 생존경쟁 돌입

중앙처리장치(CPU), D램,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DT) 및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PC에 들어가는 3대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사활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PC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원가를 위협할 정도의 가격경쟁에 돌입했으며 일부 업체의 퇴출이 불가피한 생존경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업체는 적자판매에 들어갔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적잖은 업체가 손을 떼야 할 것』이라며 찬바람을 예고했다.

◇ 불붙은 PC 가격인하 전쟁=컴팩, 델, 애플, IBM, HP 등 주요 PC업체들은 성수기였던 지난해 4분기에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는 사상 최악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며 올들어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컴팩은 지난해 말 한시적으로 인터넷 판매물량에 한해 적용한 할인판매를 올초까지 연장하는 한편 가격인하를 적극 검토중이다.

애플은 올초 「G4큐브」를 비롯한 주력 데스크톱컴퓨터와 노트북컴퓨터의 가격을 300∼1100달러까지 내렸다. 애플이 이처럼 큰폭으로 값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 인하는 노트북컴퓨터 시장에서 더욱 활발하다. 소니·컴팩·델 등이 지난해 말 노트북컴퓨터의 가격을 20%까지 인하했으며 도시바와 HP 등도 가세했다. PC업계 관계자들은 『매기 침체가 지속될 올 1분기에 PC업체들은 재고 처분을 위해 극심한 가격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끝모르는 부품 가격인하=CPU, D램, CDT 및 TFT LCD 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들로서는 이같은 PC업체의 가격경쟁이 달갑지 않다. 지난해 말 PC업체들의 재고 누적으로 가뜩이나 부품가격이 하락한 상태에서 가격인하가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품업체의 시장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어 올해에도 가격하락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인텔은 오는 28일부터 데스크톱 및 노트북컴퓨터용 CPU의 가격을 최대 43%까지 인하했다. 이같은 인하율은 인텔 역사상 가장 큰폭이다.

AMD도 이에 맞서는 가격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올해 CPU 가격경쟁은 지난해에 비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D램 가격 역시 PC업체의 수요 부진으로 올 1분기까지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말 현재 64M PC100 SD램의 국제 현물가격은 지역별로 2.7∼2.9달러, 128M PC100 SD램도 5.4∼5.8달러로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수준은 일부 업체의 원가를 밑돈다.

PC용 디스플레이의 가격도 원가를 위협하고 있다. 모니터용 15인치 TFT LCD의 경우 1년 전 600달러에서 올초 350달러로 급락해 300달러인 원가 수준에 근접했다. 13.3인치 노트북컴퓨터용 TFT LCD는 이미 원가 밑으로 떨어져 업체들이 생산을 기피하고 있다.

CDT의 가격도 지난해 말 극심한 수요 부진의 여파로 원가 수준에 육박해 대부분의 업체가 조업을 축소하는 상황이다.

◇ 사활의 기로에 선 부품업계=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인텔의 경우 올 1분기 수익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5%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예년에는 절적인 요인으로 5% 정도 감소했었다.

CPU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경쟁사가 인텔·AMD 두 회사 뿐이고 아직도 마진은 워낙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반면 10여개 업체간 난립해 경쟁을 벌이는 D램과 CDT, TFT LCD는 가격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생존과 직결된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현대전자·마이크론 등이, TFT LCD는 삼성전자·샤프 등 일부 상위업체들만이 흑자를 내고 있다. CDT 역시 상위 3∼4개사만 적자판매를 면하는 실정이다.

이들 상위업체도 감가상각 부담이 적거나 고정거래선이 탄탄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것일 뿐 가격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하위업체들은 감가상각액을 뽑지도 못한 상태에서 생산을 계속해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후발주자인 대만의 D램 및 TFT LCD 업체들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안에 D램업체의 경우 4분의 1 정도가, TFT LCD 업체는 3분의 1 정도가 손을 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2분기 이후 PC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지만 일부 선진시장의 PC보급 포화와 저가경쟁으로 매출이 예년처럼 급증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응용시장의 창출능력이나 원가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한겨울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져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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