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생은 학생 아닙니까?』
이는 각 대학 도서관 출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휴학생들의 볼멘소리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취업과 해외 어학연수를 위해 각 대학 휴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도서관이 이들의 출입을 제한해 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사법고시 준비를 위해 연세대 법학과를 휴학중인 L씨는 『매일 아침 도서관 출입구에서 휴학증명서를 보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학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학생이 도서관을 이용할 때 출입제한과 함께 부닥치는 문제는 도서 대출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3월 복학하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3학년 P씨는 『복학하기 전까지 전공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을 찾았는데 도서 대출이 전혀 되지 않아 재학중인 친구를 통해 책을 대출하고 있다』며 『휴학생이 책을 대출하기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대학측 입장은 단호하다.
휴학생들에게 도서 대출을 허용하게 되면 도서에 대한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서 환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월 서울대 졸업 예정인 K씨는 『각 대학이 체계적이지 못한 폐쇄정책으로 휴학생에게 문을 닫아 놓고 있다』며 『소속 학생들을 내쫓는 현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K씨는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을 외면한 대학 행정이 얼마나 지적으로 성숙한 지성인을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하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휴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하대는 특별 관리시스템을 통해 휴학생에게 도서관 출입은 물론 도서 대출 등 재학생과 동등한 혜택을 제공한다.
인하대측은 『휴학생 역시 인하대 소속 학생이기 때문에 이들의 도서관 이용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휴학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인하대가 도입한 제도는 「휴학생 카드」다.
휴학생 카드란 휴학을 원하는 학생이 휴학과 동시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카드를 발급받아 휴학기간에 도서관 출입과 도서 대출을 재학생들과 똑같이 할 수 있도록 한 임시 신분증이다.
학부 휴학생은 5만원, 대학원 휴학생은 10만원을 보증금으로 예치하지만 휴학기간이 끝나면 다시 반환받는다.
이 예치금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휴학생의 대출도서 분실 및 파손에 대비하기 위한 금액이라고 인하대측은 설명했다.
휴학생 또한 학교측의 이런 배려에 놀라는 눈치다.
학교측의 성의에 감사한다는 경영학과 휴학생 J씨는 『휴학하면 도서관에서 학생증이 무용지물이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들어 다소 걱정했다』며 『이런 제도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대학에서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하대 도서관 관계자는 『학생이 10명이든 100명이든 도서관 운용을 위한 기본비용은 마찬가지』라며 『휴학생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도서 분실과 도서관 관리 어려움 등 발생 가능한 문제를 나열하기보다는 활짝 열린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대학측의 성의 있는 문제인식과 함께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명예기자=박영철·인하대 autofeel@h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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