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청춘을 불살랐던 회사를 부장으로 사직한 지 15년만에 다시 그 회사의 최고 사령탑으로 복귀한 파츠닉(구 대우전자부품) 박주영 회장(54).
박 회장은 지난 70년 대우전자부품의 전신인 대한전선에 입사, 기술부장을 역임한 후 40세의 나이로 알미늄코리아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조립생산 위주로 저렴한 인건비의 여자생산직 사원들에 의존해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세트제품의 생산에 매달리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국산화된 부품도 핵심원료는 일본에서 장악하고 있어 한국의 전자산업은 그야말로 일본의 꼭두각시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수출을 늘리면 대일적자만 늘어나 일본만 살찌우는 결과가 됐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재계가 총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중요 전자부품의 하나인 전해콘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시 상공부 전자부품과에서 삼성전기와 대우전자부품·삼영전자·삼화전기 등 실수요자와 대학연구소·과기연 등을 연계해 국산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기술보유 선진국들의 비협조와 기술개발의 어려움으로 수년간의 연구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제품의 개발에는 끝내 실패하고 말았으며 실패의 결과는 계속 이어져야 할 국산화 개발노력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업계 경영진들의 머리속에 「아직 한국에서는 전해콘덴서의 개발 및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의식을 심어 주는 계기가 됐고 이러한 가운데 일본업체들은 「한국의 에칭박 국산화는 아직 이르다」며 영향력있는 곳에 대한 로비를 강화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기존 회사에서 에칭박의 연구개발은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박 회장은 에칭박을 독자개발하기로 결심하고 16년간 몸담아온 대우전자부품을 사직했다. 새 공장을 세워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뒤따라온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
우선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주무부서인 상공부 전자부품과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박 회장은 공장도 없는 회사이름 하나만 갖고 국산 1호 제품을 만드는 신기술 제조회사로 상공부의 승인과 정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그야말로 발이 닳도록 직접 뛰어다녔다.
당시 상공부의 주무 사무관은 이렇게 막무가내인 박 회장을 보고 필요한 자료와 신기술 개발 지정업체 신청서들을 직접 챙겨주면서 「꼭 성공하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일은 아직까지 에칭박 국산화의 뒷얘기로 전해질 정도.
이처럼 공무원들에게 감동을 주는 박 회장의 노력은 이후 국내 전자업계 핵심 원재료 개발에 많은 기술기업가들을 진출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회사설립 이후 낮에는 해당기관을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밤에는 서류 챙기고 사업계획 수립 및 제품 개발에 몰두한 지 수개월이 지났으나 실패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굳은 의지와 신념으로 수개월간 공장에서 밤을 세워가며 연구개발에 전념한 결과 에칭박의 개발 및 양산에 성공했다. 큰 산이 가로막고 있었다. 수요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이제는 알루코를 국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에칭박 생산업체로 성장시켰다.
알루코의 지난해 매출은 약 300억원에 종업원수는 120여명.
박 회장은 이같은 사업성과를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외형면에서 알루코의 10배 가까운 거래소 상장기업인 대우전자부품의 경영권을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알루코는 전자소자와 영상부품을 생산하는 대우전자부품에 원재료인 전해콘덴서용 알루미늄박을 공급하는 업체로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를 사들인 형태인데다 대우전자부품은 사실상 박 회장의 친정집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더욱더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파츠닉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최근 CI작업을 통해 대우전자부품에서 새롭게 태어난 파츠닉의 신임 사령탑에 취임한 박 회장은 파츠닉이 이제는 대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파츠닉은 올해 전년 대비 15% 성장한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100억원 정도의 흑자를 실현하고 오는 2005년에는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세계에서 인정받는 부품전문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를 위해 우선 파츠닉의 기존 주력사업부문인 DY와 FBT·튜너 등 영상관련 부품과 전해콘덴서·탄탈콘덴서·하이브리드 IC 등 소자부품사업을 확대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2005년까지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외부자본을 유치해 800억원의 신규투자를 단행, 사업부문을 자동차부품과 RF부품 분야로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해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중국과 베트남·영국·멕시코 등지에 있는 해외 현지법인의 사업부문을 조정해 글로벌 경영체제의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86년 그가 퇴사할 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현실화돼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박 회장은 친정집에 신임 CEO라는 명함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박 회장이 지난 세월 갈고 닦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츠닉을 과연 우량기업으로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박주영 회장
1947년 2월 10일
1968년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1969년 삼영전자 입사
1970년 대한전선 입사(대우전자부품 전신)
1986년 대우전자부품 부장
1986년 알미늄코리아 설립. 대표이사 사장
1998년 12월 알미늄코리아테크닉이 알미늄코리아를 합병.
알미늄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2000년 1월 알미늄코리아를 알루코로 사명 변경. 알루코 회장
2000년 12월 대우전자부품 인수. 대우전자부품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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