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성을 쌓기 위해 필요한 색깔과 종류의 벽돌을 주워 모은다.」
커다란 성은 인터넷 시대의 블록 제공회사를 지향하는 거대기업 인텔이고 다종 다양한 벽돌은 이를 완성하기 위한 인수합병(M&A)의 치환이다.
인텔은 97년 이후 지금까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총 25개 업체를 M&A했다. 99년과 지난해에는 특히 각각 9개와 11개의 업체를 인수해 M&A의 절정을 이뤘다. 99년에 9개 업체를 인수하는 데 공식적으로 들어간 자금만도 60억달러에 달했다. 25개 업체는 대부분 유무선통신 및 네트워크와 관련한 전문 기업이었다.
주력인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코어 기술에 관계된 기업의 인수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M&A는 통신과 네트워크에 집중됐다. 인텔이 98년 이후 e비즈니스를 추진하는 등 기존의 주력인 CPU 사업에서 통신 및 네트워크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한 것과 일치한다.
이는 과거 국내 대기업들이 서로 상이한 업종을 무분별하게 인수해서 덩치를 키운 예와는 명백히 대조되는 것으로 미래에 인텔이 지향하는 사업구도를 구체화한 것이다.
일련의 M&A를 통해 인텔의 M&A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원칙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번째 원칙은 지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통신, 네트워크의 발달, 인터넷 시대 도래 등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데 일찌감치 주목하고 주력인 CPU사업에 더해 유무선통신과 네트워크 부문으로 사업의 확장을 꾀했다.
사업 확장의 근간은 커뮤니케이션 제품 그룹(CPG)과 무선통신 및 컴퓨팅 그룹(WCCG)이었다. 이 두개 그룹은 M&A가 한창 진행되던 99년에 조직돼 마치 M&A로 탄생한 것처럼 돼버렸다.
인텔은 컴퓨터 텔레포니 전문업체인 다이얼로직(Dialogic)에 7억3200만달러,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레벨원(Level One)에 21억4000만달러, 광네트워크 전문업체인 기가(Giga)에 12억5000만달러를 투입하는 등 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업 인수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됐다.
두번째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에서 보이듯 과감한 투자 패턴이다.
인텔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제품을 인수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다.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텔레콤 아시아 2000」에서 『무선통신 및 컴퓨팅 분야에 지원되고 있는 인텔커뮤니케이션 펀드를 2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크게 확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럿은 『차세대 음성 및 데이터 네트워크 구축에 개방형 솔루션을 채택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인텔의 인터넷 익스체인지 아키텍처(IXA)를 사용하는 표준 기반 스위치, 라우터 및 인텔 퍼스널 인터넷 클라이언트 아키텍처(PCA)에 기반한 무선통신기기의 유용성』을 주장해 M&A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레슬리 배다스 인텔캐피털 사장도 국내 증시가 차디차던 지난해 가을 『증권시장의 침체가 인터넷 경제의 근본을 바꿀 수는 없다』며 인텔의 국내 시장 투자에 대한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세번째는 국경을 초월한 M&A 행태다.
인텔은 첨단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편견이 없다.
지난해 3월에 12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기가는 덴마크 업체로 광네트워크용 통신칩을 개발한 업체였고 올리콤은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 기술인력을 가진 유럽업체였으며 싱크잇(Thinkit)은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였다.
네번째는 개발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소유권」을 갖되 개발의 자유와 「독립성」은 최대한 보장하는 관리 방법의 유연성이다.
이는 일본의 소니, 마쓰시타 등이 미국 할리우드의 메이저 배급사들을 사들였다가 너무 「간섭」한 나머지 두손 들고 나왔던 것에 비교된다.
인텔은 핵심 무선통신 기술을 보유한 DSPC를 인수한 뒤에 그 인원을 중심으로 완전히 독립된 무선통신 및 컴퓨팅 그룹을 조직했다.
마지막으로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면 분리해서 인수하는 방법을 취했다.
99년에 인수한 올리콤(Olicom)과 스탠퍼드텔레콤에서는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과 브로드밴드 기술과 관련해서 각각 220명과 30명의 기술 인력을 부분 흡수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무선통신용 아날로그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비스티온(Visteon)에서 75명의 기술인력을 인수했다.
분명한 지향점을 목표로 일체의 편견없이 과감하게 M&A하는 인텔의 M&A 전략은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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