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한자릿수 증가에 머무를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램 분야는 전년대비 1% 증액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중앙처리장치(CPU)는 고성능 칩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가 유지될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전망은 미국 「메릴린치증권」이 34개 반도체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34개 반도체업체의 2000년 설비투자 합계는 약 48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휴대폰 단말기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반도체 수요의 급증을 예상한 각 업체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를 실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올해 설비투자 합계는 전년대비 6% 증가한 509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이 증권사는 예상했다.
2000년에 전년대비 80%라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D램 분야는 지난해 가을 이후 최대 수요처인 PC 시장의 수요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둔화돼 현재 재고물량이 많아 시설투자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PC 관련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주요 생산 5사는 2001년 설비투자를 억제할 방침이다. 도시바는 전년대비 약 15% 적은 1400억∼1500억엔을 설비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며, 히타치제작소는 지난해보다 20% 감소한 1500억∼1600억엔을, NEC 역시 10∼20% 줄어든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5사의 올 투자 총액은 전년의 약 9600억엔에서 8000억엔 전후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과 대만 D램업체들의 올 설비투자 역시 축소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의 약 20%를 넘는 7조7000억원을 설비투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의 투자는 작년 수준인 5조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UMC(연화전자)와 TSMC(대만적체전로제조)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의 설비투자를 실시한다. UMC는 전년대비 약 17% 줄어든 20억달러를 설비투자액으로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또 TSMC는 지난해 39억달러보다 10% 줄어든 34억달러를 설비투자에 쓸 것이라고 메릴린치는 예상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CPU 생산업체들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대 업체인 인텔은 16일(현지시각) 전년대비 12% 증액한 75억달러를 올 설비투자액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텔의 설비투자 증액은 고성능 반도체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시장 상황에 그다지 좌우되지 않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AMD 역시 전년대비 25% 늘어난 10억달러를 설비투자에 투입하는 등 아시아 업체들과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메릴린치는 전망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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