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쌍용정보통신의 해외 매각이 결정되면서 그동안 구조조정 문제로 상당한 압력을 받아온 쌍용그룹이 한시름 놓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쌍용정보통신 직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중국 뱃사람에게 팔려가는 심청이」에 비유한다. 알토란같은 IT 계열사인 쌍용정보통신을 팔아 그룹 전체가 회생할 수 있게 됐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심청전과 쌍용정보통신의 기구한 사연은 조금만 따져봐면 상당한 차이가 난다. 심청이는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쌍용정보통신은 이번 매각 결정에서 완전히 소외됐다.
『조흥은행과 그룹이 인수 대상을 거론할 때마다 대량 감원 등 인수 업체의 경영 스타일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게 쌍용정보통신 직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가산을 탕진한 부모 때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팔려가는 심정이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더욱이 외국 캐피털에 매각되는 쌍용정보통신이 소설 속에 나오는 심청이처럼 왕비가 돼 아버지를 찾으려고 잔치를 벌일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오히려 3류 영화에 나오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처럼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아래 모진 시련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쌍용정보통신을 매각한 쌍용그룹도 눈이 돼주던 딸을 잃었으니 생활하는데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IT 계열사가 없으니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도 어렵고 당장 그룹 내부 정보시스템에 대한 운영 계획도 세워야 한다.
결국 소설과는 다르게 현실 속의 심봉사는 이제 스스로 눈을 뜰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심청이도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인당수에 뛰어들어야 할 처지다. 소설처럼 눈을 뜬 심봉사가 사랑하는 딸과 다시 만나는 감동으로 이야기를 끝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쌍용그룹과 쌍용정보통신의 구조조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컴퓨터산업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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