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밸리로 제조기반 벤처기업 속속 모여들어

벤처기업의 테헤란밸리 이탈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하철 2호선 구로공단역을 중심으로 한 구로밸리가 새로운 벤처밸리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이 구로공단 지역을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기로 하고 각종 벤처지원시설을 확충, 유망기업 유치에 나섬으로써 구로밸리가 제조기반 중소·벤처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구로밸리는 테헤란밸리, 홍능밸리 등 수도권 지역의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대·숭실대·중앙대 등 대학과 구로 1·2·3공단 등 제조기반, 지하철 1·2·7호선 등 최적의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현황=구로밸리는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대림-구로공단-신림역을 중심으로 이면 지역에 형성되고 있으며 최근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됨에 따라 남구로-대림-보라매 라인을 형성, 이들 노선을 중심으로 열십자 형태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다.

특히 구로밸리의 전면에 나선 산업단지공단의 벤처센터인 「키콕스(KICOX) 벤처센터」는 현재 43개 성장 벤처기업과 12개 신생 벤처기업, 그리고 재무·회계·법률 관련 5개 지원업체 등이 첨단시설을 바탕으로 벤처지원의 최일선에 나섰다.

여기에 지하철 1호선 구로에서 가리봉-독산역으로 이어지는 국내 수출공단 1호인 구로공단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최근에는 동일·대륭·에이스테크노타운 등 10여개 첨단 아파트형 공장이 잇따라 설립, 운영되면서 이미 300∼400여개 중소·벤처기업이 둥지를 트는 등 벤처기업 집적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 입주기업인 모디테크의 이동근 사장(35)은 『지난해만해도 「공단」의 이미지가 강해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테헤란밸리가 높은 임대료와 교통란으로 주가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구로밸리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지역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노선을 중심으로 구로지역에 새롭게 둥지를 트는 벤처가 현재 2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원인=구로밸리가 수도권 지역의 새로운 벤처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벤처기업들이 외형보다는 영업수익 확대 등을 통해 점차 내실경영에 초점을 두고 있고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테헤란밸리 등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싼 곳보다는 비용절감이 가능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로밸리 지역은 지하철 1·2·7호선이 교차해 출퇴근이 쉽고 남부순환로·시흥대로·산업도로 등과 이어지는 등 교통이 편리함에도 불구, 입주비용이 평당 400∼600만원에 달하는 강남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훨씬 싸다.

주택문제도 강점. 구로밸리는 구로·신도림·신림 등 인근 서울지역과 경기도 광명, 서울 목동 등 대형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 충분한 베드타운을 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이들 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목동을 제외하고는 강남지역보다는 한결 저렴한 상황이다.

구로밸리는 또 용산 및 기존 공단에 자리잡은 제조업체들과의 연계가 쉽고 서울대 주변의 관악밸리, 보라매공원을 중심으로 한 보라매밸리 등 인근 벤처집적지역과 산업기술시험원,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가 용이하고 기술인력 풀을 통한 시제품 개발, 시험, 평가 등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닷컴기업 중심의 테헤란밸리와 달리 새로운 벤처밸리로 부상중인 구로밸리가 향후 어떤 지도를 그리며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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