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식 분야는 차세대 첨단 산업 분야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이 생활화하면서 한사람이 수십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관리하기 어려운데다 완벽한 보안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잇달아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 가고 있다.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올해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성장률이 높다는 점이다. 매년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기술 및 제품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신생 벤처기업들이 지문을 비롯해 정맥·음성·홍채 인식 기술 등을 응용한 제품을 개발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차세대 유망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생체인식 분야에 대한 연구 및 기술개발은 일천하다. 일반기업뿐 아니라 학계에서 생체인식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전 일이다. 지난 89년 경찰청이 추진한 지문감식시스템의 개발을 위해 산학협동이 이루어지면서부터다.
이때만 해도 지문인식관련 기술개발은 아주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80년대말 시작된 지문인식관련 기술 개발은 기초자료 및 검증시스템의 부족 등으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일 정도였다. 다시 지문인식기술개발이 활기를 띤 것은 90년대 중반들어서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생체인식 관련 제품을 선보인 98년 이후에 본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간이 짧다보니 이 분야를 전공한 인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나 젊은 학자들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고 연구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이 분야의 학계인맥은 두꺼워질 전망이다.
국내 학계에서 생체인식 분야의 원조로 꼽히는 사람은 지금은 학계에서 물러나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전 연세대 박규태 교수(67).
연세대 전기과와 영국 런던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사우샘프턴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박 이사장은 80년대말 경찰청 지문감식시스템 개발사업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경찰청의 지문인식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에는 일본 NEC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참여했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 국가차원에서 정책사업으로 지문인식시스템의 개발이 추진된 것이다.
박 교수는 유니온과 연세대의 산학협동으로 초기 AFIS(Automatic Fingerprint Identification System)를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시스템은 후에 유니온이 기아정보통신시스템으로 인수되면서 계속 발전해 왔다.
현직에 종사하면서 생체인식 분야의 학계 전문가로 꼽히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한명은 인하대 정보통신공학부 김학일 교수(41)다.
김 교수는 지난 10년간 생체인식 분야에 종사해온 학계의 권위자 가운데 한명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4년 도어록업체인 네스트와 지문인식 도어록을 개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경험을 살려 김 교수는 지문인증 솔루션 업체인 씨큐아이티와 공동으로 스마트 카드와 생체인식 카드를 접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학술 진흥재단에서 생체인식 시스템 평가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지문인식과 얼굴인식, 지문인식과 음성인식 등 다중 생체 인식 연구에 관심이 많아 자체적으로 6명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과가 주목되고 있다.
주요 학술저서로는 「지문영상의 자동인식장치 및 방법(1996년)」 「지문 특징 추출 방법(2000년)」 등이 있다.
연세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 김재희 교수(46)는 지문과 홍채·얼굴 인식과는 별도로 서명인식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서명인식 분야에 대해 10년 가까이 연구를 진행해 일정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직 기업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최근에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지문과 홍채인식 분야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알파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생체인식 출입관리솔루션과 네트워크 보안솔루션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SDS에서 설립한 IFKEY사와 출입
관리카드에 지문인식기능을 첨가한 제품의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알파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개발한 홍채인식기술은 사람과 자동초점카메라가 20㎝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홍채를 인식하는 비접촉방식으로 카메라 렌즈에 눈을 가까이 들이대지 않아 편리한데다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도 식별이 가능하고 인식시간도 1, 2초 이내로 짧은 시간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의 개발로 우리나라도 홍채인식분야에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돼 국산홍채인식시스템의 수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문인식 분야에 있어서는 입력센서의 소형화를 위해 손의 열과 지문의 압력차, 초음파 등을 이용한 비광학 방식의 지문인식 기술개발과 지문 및 홍채 인식기술 등을 결합시킨 다중 생체 인식방법의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비광학 지문인식기술이 상용화되면 지문인식기의 초소형화가 가능해져 전자제품의 경박단소화 추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다중 생체인식 기술은 보안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동서대 인터넷공학부 이준재 교수(40)는 지난 95년부터 한국정보시스템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안동대 심재창 교수와 함께 전자주민카드 연구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이 교수는 생체인식 보안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국내 여건상 제대로 수용되지 못했다.
이후 98년 미국 조지아테크에서 1년간 지문의 특징을 추출하는 「디렉셔널 필터뱅크」를 연구한 후 현대정보기술과 경찰청 프로젝트(지문감식 시스템 2차사업)인 지문감식시스템 개발작업을 위해 지난 99년 귀국했다.
이 교수는 지문감식 시스템의 입력후 추출부분과 매칭 부분을 주로 연구했으며 매칭과 전처리, 특징 추출에 관련된 논문을 주로 썼다.
경북대 전자계산소장직을 겸하고 있는 컴퓨터공학과 유기영 교수(47)는 경북대 수학교육과 및 한국과학기술원을 졸업했으며 미국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문인증 솔루션업체인 시큐아이티 이주형 사장의 지도교수를 지내기도 한 유 교수는 현재 경찰청 프로젝트와 관련된 지문식별계쪽 연구 및 스마트 카드 보안인증 시스템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경상대학교 신태민 교수(43)는 주로 지문인식에서 지문의 특징점(지문의 갈라진 곳, 끝난 곳
의 위치 방향 파악) 추출과 매칭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에 힘써 왔다.
전 연세대 박규태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중 경찰청 지문감식시스템 사업에서 유니온에 원천기술을 제공하기도 한 신 교수는 경상대학교 교수로 재임하던 중 기아정보통신시스템과 지속적으로 기술 업그레이드에 관해 협력해 왔다.
지금은 초소형 지문인식모듈 생산업체인 바이오비전 사외기술이사로 재직하며 지문인식모듈의 소형화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문인식기술에 있어 표준화와 시험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신 교수는 앞으로 생체인식협의체가 발족하면 이곳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안동대 컴퓨터공학과 심재창 교수(39)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패턴인식과 영상처리, 컴퓨터비전 등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광운대 전자통신공학과를 졸업한 한서대 구하성 교수(36)는 지난 94년 기아정보통신시스템에 AFIS의 구동 알고리듬 팀장으로 입사해서 제품개발에 참여하다 학계로 진출했다.
구 교수는 지문인식기술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금은 지문인식기술을 컴퓨터의 P2P 솔루션과 전자상거래에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구 교수는 지문을 이용한 윈도 보안시스템과 지문을 이용한 웹에서의 전자상거래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현재 구 교수는 지문에서의 암호씨앗(seed) 추출에 관한 기술을 연구중이다. 지난해부터 구 교수는 벤처기업인 드림캐스트의 연구소장까지 겸직하면서 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동서대 이준재 교수와 함께 96년 전자주민카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98년에는 경찰청의 지문인식 과제, 화제시 사체의신원확인을 위한 지문인식 시스템을 개발에도 관여했다.
97년과 99년에는 각각 1년동안 미국 IBM연구소에서 지문과 음성의 조합에 관해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벤처기업인 파미 및 4D컬처와 3차원 얼굴형상을 이용한 보안 인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은 3차원 얼굴형상을 레이저 카메라로 찍은 후 코, 입 등의 크기를 비교해 사용자 인증을 하는 시스템으로 안동대 김청월 박사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데 개발이 거의 완료단계에 있어 다음달에는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명지대 정보제어공학교 최환수 교수(40)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주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최 교수는 손등 정맥 패턴을 이용한 생체 인식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으며 bk정보기술(현 넥스턴)을 통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 학계의 생체인식 분야에 대한 연구수준은 10년이 넘은 시간적 경륜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9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은 물론 기업체에서도 생체인식 분야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은 탓에 학계의 연구개발에 가속도가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 많은 대학 및 연구기관들이 생체인식 분야의 연구개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체인식산업이 차세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데다 벤처기업들의 제품개발로 시장성이 점차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분야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지문인식에 국한됐던 연구분야가 점차 홍채·장문·얼굴 및 음성인식 분야로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히 각각의 생체인식기술을 접목시킨 다중 생체인식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어 우리나라의 생체인식관련산업의 발전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