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급할 때면 사람들은 종종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쓰는 「전당포」를 이용한다. 손목시계나 전자수첩 같은 것을 맡기고 물건의 값어치만큼 돈을 빌려 쓰는 것이다.
전자상가에도 전당포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사채업자들이다. 정확한 업자수나 자금의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은 전자상가를 움직이는 주요 자본임에는 틀림없다.
유통업체들이 결제대금을 급히 구해야할 경우 종종 사채업자에게 각종 전자제품을 맡기고 돈을 빌려 사용한다. 이른바 「견질」이다. 견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이자율이 높아 자금사정이 호전되면 바로 차입자금을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이러한 자금흐름을 악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유통업체들이 악용하는 대표적인 견질의 유형은 「제품을 견질로 제공하고 돈을 빌려 쓴 뒤 일부러 갚지 않다가 나중에 사채업자가 제품 처분에 나서면 제3자를 시켜 헐값에 다시 제품을 사들이는」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제3자는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게 돼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익금은 견질을 제공한 업체 관계자에게 넘어가거나 배분한다.
이 방법은 중소기업의 대표자 또는 임원이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상도의 차원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로 지적되고 있다.
덤핑 판매와도 유사하지만 자신이 견질로 제공한 물건을 다시 자신이 사들이고 이익금이 개인 비자금 조성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리베이트는 국내의 모든 산업영역에 만연해 있는 것인 만큼 유통업계에도 예외일 수 없다. 도매업체 관계자가 장당 딜러가격이 10만원인 주기판을 다른 도매업체에 판매하면서 거래명세서에는 9만원에 판매한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9만5000∼10만원을 받아 5000∼1만원을 리베이트로 챙기는 형태다. 제품을 공급받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공급가격은 1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악성 견질과 리베이트는 유통업체의 일반적 관행은 아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호객행위나 찍기·부품바꿔치기·간판바꿔달기 등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지만 견질의 악용이나 직원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기업 자체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해악행위다.
유통업계에는 지금까지 열거한 사례 말고도 나쁜 습관들이 많다. 올해 안에 이 모든 것들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상인들 개개인이 나쁜 관행들을 하나라도 버리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면 전자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어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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