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영화제작을 위해 PD 출신 직원을 채용하고 제작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해 왔습니다. 그동안 우리영화 분야가 촬영기술과 시나리오 등에서 많이 좋아 졌고 시장점유율도 높아져 제대로 만들면 외화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중소 프로테이프 제작사로 17억원을 전액 투자해 우리영화 「휴머니스트」를 제작, 오는 3월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는 베어엔터테인먼트 허대영 사장(43)은 최근 외국영화 수입시장이 도박판같이 변해버렸다고 평한다. A급 작품은 돈 많은 회사들이 독식하고 B급 작품을 사 오면 소비자들이 외면해 극장 개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대작들은 외국 직배사가 독점해 중소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입지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없는 중소 프로테이프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수한 영화를 자체 제작해 이를 비디오로 출시하는 등 탈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휴머니스트」는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허 사장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많이 봐오던 중 이무영 감독의 「휴머니스트」를 보고 구성과 내용이 마음에 들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팝칼럼니스트 이무영씨(36)가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작품. 절친한 남자친구 세 명이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 실수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하면서 사건은 이상한 쪽으로 전개돼 나간다. 세 친구는 이 사건으로 갈등에 빠지지만 결국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의 코믹물이다.
이무영씨는 그동안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영화 「아나키스트」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하며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해 왔다.
베어는 지금까지 이 영화의 85%를 완성했다. 1월 말 구정이 끼어 있어 마무리 작업을 완료하면 개봉은 3월께나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허 사장은 「휴머니스트」를 시작으로 매년 두세 편의 영화를 자체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센츄리온기술투자조합도 결성했으며 50억원 규모의 유니코리아펀드도 조성하는 등 영화제작을 위한 자금 조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대기업인 SKC와 영상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영화와 비디오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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