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경제의 뿌리인 전통산업계의 최대관심은 단연 인터넷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살아남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버렸다. 금융불안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고 IMF에 버금가는 불황의 터널이 앞에 도사리고 있다. 제2의 구조조정 파고를 헤쳐나갈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e비즈니스다. e비즈니스가 왜 올해 국내 전통산업계의 키워드인지, 성공적인 e비즈니스 전략은 과연 무엇인지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e비즈니스만이 살길이다
e비즈니스란 인터넷을 이용한 모든 비즈니스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비즈니스에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모든 행위를 인터넷으로 관통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e비즈니스다. 전자상거래도 사실은 e비즈니스의 한 부분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고객에게 컴퓨터를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한 델컴퓨터는 모든 직원과 협력사들이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처리토록 함으로써 재고기간을 6시간으로 단축했다. 델컴퓨터는 재고기간을 앞으로 3시간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보통 한달이 넘는 재고기간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업체와 비교하면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판매는 델의 e비즈니스에서 겉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델의 진정한 힘은 고객에게 인터넷으로 컴퓨터를 판매할 수 있도록 모든 업무 프로세서를 끊임없이 최적화시켜나가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e비즈니스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국내업계는 e비즈니스를 인터넷을 이용한 신규사업쯤으로 치부했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인 인터넷을 활용해 인터넷없이는 할 수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e비즈니스인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몸을 쪼개서까지 육성하려 했고 직접 할 수 없는 일은 벤처투자를 통해 발을 담그는데 주력했다. 그러다보니 국내 전통산업계는 인터넷이라는 존재를 자신의 주력사업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하는데 그쳤다. 그 결과 델컴퓨터·GE 등 수많은 선진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동안 국내업계는 경쟁력을 점차 상실해가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지난해 산자부가 실시한 e비즈니스 지수평가에서는 국내 제조업체의 평균이 절반에도 못미치는 30.39로 나타났다. e비즈니스의 또 다른 한 단면이랄 수 있는 전체 기업간 상거래에서 차지하는 전자상거래 비중은 미국은 물론 우리보다 인터넷이 뒤처진 일본보다 훨씬 떨어진다.
더욱이 최근 경기불황과 금융불안으로 국내업계는 인원감축과 투자축소와 같은 임시방편식 경비절감에만 치중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자세는 21세기 디지털강국, e코리아 건설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무색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대미문의 인터넷혁명을 겪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고루한 경비절감식 구조조정은 생존이 아닌 도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에도 반드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구조조정기인 지금이 e비즈니스화의 적기라고 지적한다. 지난 80년대 미국업체들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의 터널을 뚫기위해 리엔지니어링을 강행하면서도 경영효율화를 위한 IT투자를 강화해 다시금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경쟁력을 되찾았다.
우리는 디지털 경제질서가 지배하는 21세기에 e비즈니스 수행없이는 도저히 살아 남을 수도, 발전과 성장을 담보해낼 수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실천하는 데에는 미온적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되레 정부가 국가명운을 걸고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화를 앞장서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e비즈니스화에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하는 주체는 경제의 뿌리인 전통산업계다. 그래야만 비바람에도 흔들림없이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다. 개별기업의 운명은 물론 국가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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