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통신 매각 일단락

그동안 난항을 겪어오던 쌍용정보통신의 지분매각 업체가 미국의 칼라일로 결정됐다.

쌍용양회는 14일 쌍용양회가 보유하고 있는 364만152주(67.4%)와 쌍용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20만주(3.7%) 등 총 384만152주(71.1%)를 미국의 칼라일그룹에 넘기기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6월부터 지속돼온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이 일단락됐다.

◇ 왜 칼라일로 결정됐나 = 쌍용양회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당초 뉴브리지캐피털에 쌍용양회의 쌍용정보통신 보유지분 67.4%를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본계약을 앞두고 뉴브리지캐피털이 옵션 등 이행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당시 쌍용정보통신 인수에 적극적이던 칼라일이 뉴브리지캐피털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매각파트너가 뉴브리지캐피털에서 칼라일로 바뀌었다.

칼라일은 매각대금 전액을 일시불 현금으로 지급하고 향후 추정 영업이익이 200% 이상 달성될 경우 1456억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압박을 받고 있는 쌍용 입장에서 일시불 현금지급은 매력적인 조건이었다』며 『자세한 사항은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일이 국방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라는 점도 한몫했다. 국내 국방 시스템통합(SI) 분야의 최강자인 쌍용정보통신과 칼라일의 결합이 뉴브리지캐피털보다 시너지면에서 효과적이다. 굿모닝증권 박재석 연구원은 『칼라일은 5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안정적인 투자펀드로 쌍용정보통신의 경영안정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만하다』며 『사업상 시너지효과도 뉴브리지캐피털보다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당 매각가격 = 쌍용양회와 칼라일의 기본계약에서 쌍용정보통신의 주당 매각가격은 8만25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조흥은행이 뉴브리지캐피털과 가계약을 체결했던 10만1510원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쌍용정보통신의 현주가인 6만2600원보다 30% 가량 높은 가격이다.

당초 계획보다 주당 가격이 2만원 정도 낮아졌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지만 향후 쌍용정보통신의 영업실적에 따라 1400여억원에 이르는 돈이 추가로 유입될 전망이어서 쌍용정보통신의 향후 실적에 따라 떨어진 주당 매각가격을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양회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칼라일이 쌍용에 일시불로 현금지급할 기본 매각금액은 3168억원이며 향후 추정 영업이익이 200% 이상 달성될 경우 1456억원을 추가로 지급, 쌍용정보통신 매각대금은 최고 462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향후 전망 = 쌍용정보통신은 이번 지분매각으로 쌍용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쌍용정보통신은 지난해 1000억원대 규모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장(KCTC)사업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공군 천리안사업과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육해공군의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선행사업 등을 수행하며 국방 SI분야에 특화된 기술력과 경험을 인정받아왔다.

또 옥션에 이어 쌍용정보통신마저 해외업체에 매각됨에 따라 정보기술(IT)업계

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용정보통신의 해외업체 매각으로 지난해 주가하락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코스닥등록 IT업체들의 지분매각 및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은 외국업체와의 협상 대응력 부재라는 결과를 낳았다. 조흥은행은 섣부른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 조기발표로 협상의 주도권을 뉴브리지캐피털과 칼라일에 넘겨주고 쌍용양회와도 불협화음을 냈다. 이때문에 쌍용정보통신 지분매각이 결정된 후 관계자들의 문책이 잇따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또 매각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은행장이 기자회견을 자청, 지분을 매각할 것처럼 발표함으로써 조흥은행과 쌍용정보통신 등 관련회사 투자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었다는 비난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칼라일과 뉴브리지캐피털 매각조건 비교<표>

분류=칼라일=뉴브리지캐피털

주당가격=8만2500원=10만1510원

매각지분=384만152주(71.1%)=364만152주(67.4%)

매각대금(옵션포함)=3168억원(4624억원)=3005억원(4480억원)

옵션=향후 영업이익 200% 달성시 1456억원 추가지급=2002년 경영상태 일정수준 도달하면 옵션 68만주 20만원에 매각

●뉴브리지캐피털은 조흥은행이 1월 3일 밝힌 조건.

◇ 칼라일은 어떤 회사인가

칼라일은 지난 97년 설립된 미국의 투자펀드로 국방·항공·정보기술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50개국 182개 기업에 48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국내에는 지난해 한미은행에 지분투자하고 대우통신 정보통신부문을 인수하며 알려졌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인 프랭크 칼루치가 회장으로 있으며 운용자산만도 11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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