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전 활성화계획, 근본적인 해결책 못된다

「기술거래기관 강화→기술이전 활성화→국가 기술경쟁력 향상(?).」

말은 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어쩐지 「역」은 성립하지 않을 것 같은 논리다.

시장성 있는 핵심기술의 사장을 막고, 국내에서 개발된 기술의 활발한 응용을 지원코자 마련된 기술이전 촉진계획이 최근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번 계획은 그동안 각급 기관·연구소에서 개별 운영해 온 기술이전정보를 향후 한국기술거래소(이사장 이민화) 중심으로 상호 연계시키고, 기술거래기관 또는 기술평가전문기관을 지정해 궁극적으로 국가기술기반을 확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기술이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책은 기술거래시장 활성화의 본질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계획요지=국가기술이전 종합계획은 크게 두가지 내용이다. 기술거래소를 통한 기술이전정보 통합과 기술거래·평가기관 지정이 그것이다. 우선 기술이전정보의 경우 그동안 30여곳 가까운 각급 연구소 등에서 운영중인 자체 기술거래정보를 앞으로는 거래소가 통합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게 된다. 또 기술거래시장에 공신력을 부여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기관을 거래·평가기관으로 지정, 세제·사업·금융 등 간접적인 형태로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현황=국내 기술거래시장은 사실상 싹조차 못 틔운 상황이다. 지난 99년부터 벤처와 닷컴 열풍이 몰아닥치면서 기술거래중개를 표방한 전문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지난해 재단법인 한국기술거래소가 설립됐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국내 최대기관인 기술거래소의 경우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9개월여동안 총 68건의 기술거래 건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업체간 제휴 등을 통한 기술협력과 인력알선 사례까지 함께 포함돼 실제 돈이 오간 기술매매·라이선싱 건수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 전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한국기술거래협회(회장 김춘호)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25개 회원사들의 평균 기술거래실적은 1∼2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업인수·합병(M&A) 등이 포함된 수치인데다 해외 기업과의 거래가 다수 차지해 국내 기업간 순수 기술거래실적은 극히 저조하다. 협회 김춘호 회장은 『국내 발명특허의 70% 이상이 사장되는 현실이 기술거래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과 대책=이번 대책의 문제는 기술이전 활성화의 본질적인 치유책이 못된다는 점에 있다. 연&벤처투자 이상진 이사는 『기술이전·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쓸만한 기술이 시장에 선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거래소와 같은 기관이 없어서가 아니다』면서 『이는 마치 상장된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증권거래소와 같은 곳부터 활성화하자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와의 기술이전 사례를 보면 생산설비를 포함한 설계·제조·생산·판매 등 일괄 상용화기술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 선보이는 기술들은 대다수 특허문헌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테크빌국제특허법률사무소 박원용 대표변리사는 『상용기술의 경우 시장성이 검증돼 있는 상태지만 특허문헌은 대부분 아이디어 상태에 머물러 정확한 가치산정이 어렵다』면서 『아이디어는 많지만 노하우로 승화된 기술을 발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값어치있는 기술이 풍부해야만 시장조성의 기본여건이 마련된다는 지적이다.

공급자(특허권자)나 수요자의 구태적인 마인드도 쉽지 않은 난제다. 박 변리사는 『특허권자는 자신의 기술로 마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 내놓으려 하지 않고, 수요자는 수요자대로 적정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여전히 「그냥」 가져오려는 관행은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장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기술거래기관 강화를 골자로 한 이번 계획도 결국 부수적인 조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춘호 회장은 『기업 인큐베이팅 등 기술기반 수요가 확충되면 기술이전·거래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이라며 『정부 대책도 보다 근본적인 시장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술거래소 이현영 전문위원은 『이번 계획이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술거래시장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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