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일본 등의 인디 신을 우리나라의 인디 신에 미뤄 추측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디 앨범이 유통의 벽 앞에 가로막힌 조악한 음질을 자랑하는 아마추어의 치기어린 습작쯤으로 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창대했던 출발과는 달리 처절한 종말(?)을 맞고 현재 부활을 꿈꾸며 지하에서 암약중인 우리 인디 신과는 차원부터 다르다. 외국의 인디 신은 수십 년의 역사에 걸맞게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따라서 선명한 유통구조, 양질의 음악, 재능 있는 뮤지션 등으로 중무장해 전체 음악시장에서 확실한 자기지분을 가지고 메인스트림과 끊임 없이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어제의 언더와 오늘의 오버가 되는 현상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오아시스를 있게 한 맨체스터 사운드, 브리스톨에서 세계로 퍼져 나간 트립 합 등은 모두 인디 신의 작을 불꽃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인디 신에는 미래의 오버그라운드를 꿈꾸는 진주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포커파인 트리는 숨겨진 대가의 대표격인 밴드라 할 만하다. 8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스티브 윌슨이 리더로 있는 이 밴드는 매력적인 프로그레시브 모던 록을 들려준다. 이들의 음악을 쉽게 설명하자면 라디오헤드의 신작 「키드 A」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그보다는 훨씬 대중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혹자는 이들을 「모던 록의 핑크 플로이드」라 하기도 한다. 리더인 스티브 윌슨은 91년에 원맨 밴드 형식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영국의 양대 음악지인 멜로디 메이커와 NME의 인디차트에서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93년에 4인조 밴드 편성으로 발표한 첫 작품 「업 더 다운스테어」는 멜로디 메이커로부터 1993년 최고의 앨범이자 사이키델릭의 명반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이들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인 「라이트 벌브 선」은 그들의 진보적인 사운드와 감미로운 선율을 동시에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수록곡 중 「더 레스트 윌 플로」는 명쾌한 어쿠스틱 기타와 풍성한 스트링 반주 위에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으로 누구나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모던 록 넘버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러시아 온 아이스」는 13분에 걸친 대곡인데 왜 이들을 핑크 플로이드와 비교하는가를 단박에 깨닫게 해준다. 그 외 대중적인 배려와 음악적인 욕심이 잘 조화를 이룬 트랙으로 이번 앨범이 구성돼 있다. 포커파인 트리 앨범의 국내 소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소 모험적인 시도로 그들의 전 앨범 「스투피드 드림」이 국내에 소개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모던 록 팬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물론이고 그들의 전작이 소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들의 음악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또한 즐기는 팬이 많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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