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베이의 옥션 인수에 대해 경쟁 업체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한 반면 영세 업체들의 경우 사업 존폐의 위기까지 느끼는 등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셀피아·이쎄일·삼성옥션 등 국내 유력 경매업체들은 e베이의 옥션 인수를 시장잠식 가능성의 우려보다는 「찻잔 속의 태풍」 정도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오히려 현재 수준보다 시장점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우선 e베이와 국내 업체들의 사업 방향이 상당부분 다른 데다 기존 옥션의 경영에 e베이가 참여할 경우 의사결정 구조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하고 있다.
셀피아는 네트워크 경매 모델과 경매 ASP·솔루션 등이 주사업이기 때문에 e베이의 국내 진출이 자사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삼성옥션은 1·4분기 내 삼성물산으로부터의 분사를 마무리하고 독립적인 사업 추진력과 삼성의 자본력을 결합한다면 오히려 e베이의 가장 큰 경쟁 상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e베이의 옥션 인수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이쎄일의 경우 이번 인수 사건이 기존 옥션의 사업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베이가 경영에 개입해 그동안 추진해온 옥션의 사업 방향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인수로 국내 경매사업의 독점적 지배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경매업체들은 역파장의 「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전자상거래가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전에 국내 시장이 해외 자본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옥션의 경영권이 e베이에 넘어감에 따라 다량의 국내 전자상거래 관련 DB가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DB가 e베이의 경영 능력·기술력·자본력 등과 결합한다면 국내 시장을 완전히 독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한 조사기관은 국내 닷컴 위기 이후 80% 이상의 벤처기업이 도산했고 나머지 20% 중 10%는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10%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어 그동안 투자한 국내 닷컴기업들이 헐값에 해외 기업들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옥션과 경쟁선상에 있던 업체들의 경우 당분간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영세 업체들의 경우 존폐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분기가 지나면 영세 업체들의 도산이나 동종 업체들의 M&A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분사를 추진 중인 신일곤 삼성옥션 경매팀장은 『영세 인터넷 경매업체들로부터 많은 인수 제의를 받고 있다』며 『이 업체들의 M&A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다수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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