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지분매각 새 국면 돌입

「삼성전자가 현대전자 지분매각 작업의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인가.」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말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현대전자의 처리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대전자의 지분매각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자리에서 신 장관은 『국내 반도체 업체의 경영권이 해외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현대 정몽헌 회장과 계열사에서 매각하기로 한 지분을 인수해줄 것을 삼성전자에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말 그대로 두 회사의 협력을 부탁한 것일 뿐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지분인수를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측도 『공식적으로 요청받은 바 없으며 검토한 적도 없다』고 난색을 표명했으며 현대전자측도 『신 장관이 삼성전자를 방문하기 일주일 전 우리 회사를 방문했을 때 두 회사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있었으나 지분매각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부가 현대전자의 처리과정에 대해 일단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정부가 왜 나서나=정부는 일단 현대전자 문제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전자가 자구노력을 적극 펼치고 있으나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D램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자율을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산업은행이 8일 현대전자의 회사채 인수를 최종 결정한 것도 이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현대전자가 부실화하고 또 해외로 매각될 경우 현 정권이 기업 구조조정의 최대 성과로 자랑한 「반도체 빅딜」의 실패를 자인한 셈이 된다. 정부는 이의 해결책으로 자금력을 가진 삼성전자를 꼽고 우회적으로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 실현 가능한가=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마디로 삼성전자가 얻을 것이 없다. 삼성전자는 최근 대규모 투자를 진행중이다. 현대전자를 인수할 경우 중복투자밖에 되지 않는다. 또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로서는 위험을 끌어안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현대전자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D램 생산의 감축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 이것도 워낙 수요가 부진한 현 시장상황에 실효가 미지수이며 자칫 담합이나 불공정행위라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

◇ 제 3의 가능성은=삼성전자의 현대전자 지분인수는 「불가」판정이나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가 일시적으로 맡았다가 다른 회사에 넘길 수도 있다. 다른 회사라면 LG전자가 유력하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빅딜로 현대전자에 넘겨주고 되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가전사업에 집중하는 LG전자로선 반도체사업이 절실한 입장이다. 반도체사업을 재개한 동부전자도 거론되나 자금력 등 여러면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신국환 장관의 발언은 현대전자를 LG전자로 역빅딜하기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돈다. 이 경우 정부는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신 장관과 윤 부회장이 나눈 말과 혹시 있을지 모르는 정부와 LG의 사전교감 여부에 새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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