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스닥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지난해 도입한 등록 후 일정 보유주식(10%)의 매각제한, 이른바 「로크업(lock-up) 시스템」이 새해벽두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회장 김영준 LG벤처투자 사장)는 지난 3일 로크업 시스템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코스닥 시장 운영 개선 대책」이란 건의서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정부가 증시안정과 투자자보호를 위해 지난해 3월 「로크업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9월에는 이를 더욱 강화하면서 은행·증권·투신·종금 등 기관투자가들을 배제한 채 벤처캐피털에만 적용한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정책변화가 없는 데 따른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특히 이러한 로크업 적용이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exit) 위축으로 연결돼 결국 벤처금융 시장을 냉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벤처캐피털 업계가 「로크업 시스템」에 강력히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스닥 시장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에게는 적용하지 않고 유독 벤처캐피털만 규제한다는 점이다. 즉 비교적 장기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정통 벤처캐피털은 규제하고 상대적으로 주식물량이 많고 단타가 일반화된 기관투자가들을 제외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책효과를 거두기도 힘들다는 것.
업계는 특히 벤처캐피털과 기관투자가들의 지분매각 현황을 감안해도 기관들의 조기 지분매각이 문제인데도 벤처캐피털만 규제하는 것은 「코스닥 안정」이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 사장은 『10%까지로 못을 박아놓고 지분을 일정기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시장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같은 제도 아래서는 투자를 많이 할수록 불리한 모순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부호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도 『공모물량 배정 등 기관투자가들에게 유리한 조항이 많은데도 로크업 적용에서 특혜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로크업을 풀든지 그렇지 않으면 치밀한 분석을 통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평한 적용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장=벤처캐피털 업계의 계속되는 불만과 건의에도 불구,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로크업」을 계속 유지하며 내세우는 명분은 단기차익을 노리는 초단기 투자행위를 제도적으로 막음으로써 코스닥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벤처캐피털이 10% 이상의 지분을 출자할 경우 벤처기업으로 인정되고 있고 벤처기업의 코스닥등록시 대폭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벤처투자 전문업체인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경부는 특히 로크업을 출자지분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10%까지만 적용하고 나머지는 논외라는 점에서 벤처캐피털 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투자회수 위축과는 거리가 있으며 미국 등 외국에서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대주주, 특수 관계인, 벤처캐피털, 기관투자가 등 핵심투자자(core investor)의 주식매각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대안은 무엇인가=현재 정부는 물론 벤처캐피털 업계 스스로도 코스닥등록 후 주가안정을 위해서는 핵심투자자들의 로크업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스닥등록 후 조기에 주가가 급락, 해당 기업과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고 주식 시장의 장기투자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로크업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벤처캐피털만 「로크업」을 적용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 벤처캐피털은 물론 벤처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책임을 강화, 벤처캐피털은 물론 기관투자가들을 포괄하는 로크업 정책이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크업 기간을 현재 6개월에서 3개월 정도로 단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 투자-투자회수-재투자의 벤처금융 사이클을 감안할 때 6개월이나 주식매각을 제한하는 것은 벤처금융 선순환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도 『현실적으로 로크업 기간이 3개월 정도면 무난하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4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5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6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7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