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2회 정보격차 원인

강원도 대관령에서 10년째 고랭지농사를 짓고 있는 김연섭씨(가명·55세)는 요즘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지역 농촌 후계자들이 마련한 모임에 참석했던 김씨. 한 참석자로부터 『인터넷을 활용할 경우 귀리와 같은 기존 고랭지작물의 효과적인 재배법은 물론 새로운 고랭지작물의 특성과 재배법, 다양한 온라인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충고를 듣고 뛸듯이 기뻤다.

그러나 김씨의 기쁨도 잠깐.

『대관령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산간오지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며 산간오지의 외로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김씨는 『정보소외감으로 말미암아 큰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삼남매의 새해 꿈입니다.』

5년 전에 소녀 가장이 된 중학교 2학년 김연희양(가명·15세)은 『두 동생 연주와 연세에게 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일꾼이 될 수 있도록 인터넷을 맘껏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마련해 주고 싶어한다.

『한달 수십만원의 정부 보조비로 하루끼니를 걱정할 만큼 빠듯한 생활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소원이 이뤄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보접근의 차이는 이처럼 지역 또는 빈부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산간오지와 도서벽지는 분명 대도시에 비해 통신 및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나 일부 가정에서나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할 뿐이다.

하지만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곳곳에 뻗어있는 대도시 주민은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

일반 사무실은 물론 PC방이 한집 건너 마련돼 있으며 대부분의 가정에도 고속통신선로가 뻗어있다.

경제적인 요인도 정보격차를 심화시킨다.

소년소녀가장을 포함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극빈계층은 정보를 이용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정보이용의 불균등을 초래하는 원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보에 대한 가치교육을 제대로 받았느냐 또는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느냐에 따라서도 정보격차는 생기기 마련이다.

학력이 높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정보가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실제 정보를 많이 사용하는 「정보활용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 저학력의 사람은 그 반대가 될 여지가 크다.

학력과 별도로 주부 인터넷 교육과 같은 교육을 받았다면 정보활용 능력이 높아지면서 정보소외 계층에서 점차 벗어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같은 주부라 하더라도 정보이용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의 참여 여부에 따라 정보격차가 발생한다

세대 차이도 빼놓을 수 없다.

장년 및 노년층의 경우 정보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TV 리모컨도 제대로 다룰줄 모릅니다. 일단 기기라는 생각이 들면 전원 온·오프기능 외에는 기능을 알려고 해도 알 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영등포구 신길1동 노인정에서 만난 장만용씨(가명·75세)는 『이달초 근처 컴퓨터학원에서 노인정 노인들을 위한 정보교육을 실시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대 차이는 어쩌면 정보교육의 기회가 극히 드물고 경제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인계층에 특히 집중된다는 점에서 기존 원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정보독과점 문제는 국가·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할 요인이다.

「정보는 곧 돈이다」 또는 「정보는 곧 권력이다」는 정보가치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사회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하기보다는 독점하려는 기본 속성에서 발생하는 요인이다.

이는 정부부처간 또는 기업간, 개인간에 일어날 수 있다. 정보가 큰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정보공개를 꺼리면서 발생한다.

이 요인은 정보 격차를 원천적으로 발생시키는 측면보다는 발생한 격차를 심화시키는 특성이 더 강하다.

이밖에 좀더 시야를 넓히면 언어와 문자(문맹)도 정보의 생산 및 유통의 불균등을 초래한다.

인터넷에 사용되는 주 언어가 영어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영어권과 영어권의 정보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며 글을 모를 경우 정보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새 천년 21세기가 열리면서 지식정보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정보사회가 급진전될수록 이같은 요인이 더욱 부각되는 한편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요인들이 등장하면서 정보의 불균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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