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주목받던 인터넷은 지난해 「수익모델」이라는 벽에 부딪혀 공회전의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풀이하는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급성장한 산업을 재정리하는 구조조정 시기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야 어떻든 지난해 국내 인터넷산업은 고속질주에서 서행으로 추진력이 다소 떨어졌다. 특히 인터넷산업의 성장 저조현상 체감지수가 컸던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99년 이후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대상승에 의한 상대적 박탈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B2B 전자상거래산업의 기틀이 마련됐고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산업의 수익성 확보도 가시화됐다. 따라서 2001년도 인터넷산업은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진 만큼 두드러진 몇 가지 호재들로 인해 하반기 이후 본격 성장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는 지난해의 여파로 구름 낀 가운데 흐림이 지속되다 하반기 들어 맑음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벤처의 탄생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M&A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속성은 다르다. 지난해 이슈로 떠올랐던 M&A가 생존을 위한 경우였다면 올해의 M&A는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내수용이 아니다. 국경이 없는 무한경쟁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벤처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서 올해 대형벤처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M&A를 통한 벤처의 대형화는 이미 시작된 상태로 관련기업들을 인수·합병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B2B 전자상거래의 경우 세계적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고 국내기업 역시 해외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경쟁규모를 갖추기 위한 M&A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신지식산업의 초점을 벤처로 맞추고 기업간 주식교환(스와핑) 규제를 일부 철폐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형벤처의 등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와 무선인터넷의 급팽창
올해 인터넷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선인터넷의 급속한 확대로 귀결된다. IMT2000사업자가 선정됐고 이에 따른 기술기반도 마련돼 인터넷업계는 솔루션 개발과 함께 콘텐츠 서비스에 주력할 태세다. 특히 무선인터넷은 콘텐츠 유료화라는 수익모델을 확보하고 있어 그동안 닷컴위기에 시달렸던 많은 업체들이 실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게임·위치정보·기상·주식 등 이미 상당수 콘텐츠가 유료서비스되고 있고 인터넷교육업체들도 무선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무선인터넷 시장을 겨냥한 서비스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무선인터넷 사용인구도 이동전화가입자의 50%이상이 실수요자로 부상함에 따라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가 보강된 다양한 서비스가 이루어짐에 따라 「공급에 의한 수요촉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구조조정 마무리… 하반기 이후 본격 성장
지난해 중순부터 불붙기 시작한 닷컴기업 구조조정은 올해 상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전망을 예측하는 기관마다 내년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있지만 인터넷산업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이는 신경제를 이끄는 산업으로 인터넷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수익구조 개선이 밑받침될 경우 큰 폭의 성장도 가능하다.
인터넷산업의 성장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지수는 50선으로 연초와 비교해 인터넷 기업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시장경제의 주춧돌인 주식시장의 붕괴는 산업의 몰락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구조조정을 마친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는 만큼 올 하반기가 인터넷산업의 재도약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2B 솔루션 시장 활성화
지난해 B2B 마켓플레이스의 대두는 인터넷의 새로운 가능성을 몰고 왔다. 그러나 실제 가동되기보다는 사이트 구축에 만족하는 수준이었다. B2B 마켓플레이스는 사이트 구축보다 참여주체인 오프라인 기업들의 온라인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산업을 주도해 온 기업들의 온라인화 작업은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해 B2B 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은 기업간 거래의 온라인 매출이 아닌 솔루션 판매나 컨설팅 등 부수적인 매출에 그쳤다. 올해 역시 오프라인 기업들의 온라인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B2B 마켓플레이스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관련 솔루션을 임대해주는 ASP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프라인 기업들의 인식이 온라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당장 실매출이나 왕성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인터넷관련 시장 태동 움직임
그동안 준비단계에 머물렀던 차세대 인터넷(NGI) 관련 시장이 본격 개화될 전망이다. IPv6관련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변환기술이 하반기들어 본격 출시될 예정으로 네트워크 장비 등 하드웨어를 비롯한 교육사업, 원격진료, 가상도서관 등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차세대 인터넷의 경우 인터넷 생산국으로 발돋움하느냐, 소비국으로 전락하느냐의 중요한 기로다. 따라서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관련업계도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만큼 제품이 본격 출시되는 하반기 들어 차세대 인터넷 관련시장이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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