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수출이다.」 우리 눈앞에 놓인 절대명제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수출밖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IMF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수출 때문이었다. 이런 경험을 살려 정부나 기업들도 다시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70년대식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시 정부나 기업들은 앞장서서 수출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죽기살기식으로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우리 기업들간 제살깎아먹기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채산성 악화를 불러왔다. 다시 한번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펼쳐야 하는 이때,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나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통적인 제조업분야에서 우리가 회생돌파구로 삼고 있는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업분야를 대체할 수 있는 또다른 수출품목들이 있어야 한다. 바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눈을 IT산업으로 돌리지 않을 수 없다. IT산업은 어느 산업분야보다 성장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과 인터넷이라는 시대적인 조류와 맞물려 IT산업에서는 선진국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다. 21세기의 첫장을 여는 지금, 우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IT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전자신문은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수출유망품목을 발굴, 집중 조명해보는 연중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지난해 11월 26일 삼성전자 사장들이 갑작스럽게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호출 때문이었다. 이 회장은 27일과 28일 이틀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긴급 전자사장단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한창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을 때였다. 때가 때인만큼 삼성전자의 오키나와회의는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자사장단회의에서 이 회장은 『우리 경제가 어렵게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경쟁력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경쟁력 근간이 되는 부문의 과감한 투자는 물론 세계 1등이 될 수 없으면 문닫는다는 각오로 일류화에 정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만큼 경제현실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메시지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이런 분위기는 다른 기업들도 공감하고 있다.
현재 금융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가 말이 아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잘 나가던 수출도 반도체 가격하락과 고유가로 주춤거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들어서 수출증가율이 22개월 만에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무역수지 흑자폭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수출주력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64MD램의 현물가격이 개당 7달러였던 9월중 26억40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11월 들어 개당 가격이 4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수출액도 22억4000만달러로 4억달러나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하락과 맞물려 실물경기도 극도록 위축되면서 제2의 IMF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보음이 나라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기댈 곳은 수출밖에 없다. 정부나 기업 모두 회생돌파구를 수출에서 찾고 있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는 70년대식 구호도 터져 나오고 있다. 수출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 나가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올 수출도 반드시 낙관만은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각 경제기관에서 발표한 수출전망은 밝지 않다.
산업자원부는 업종별 수출전망에서 2001년 수출액이 1910억달러로 2000년보다 1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성장률은 지난해 성장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산업자원부만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낙관했을 뿐 다른 민간경제연구소나 관변단체들은 이보다 나쁘게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2001년 수출성장률을 8.9%, 한국은행은 8.1%, 현대경제연구소와 삼성경제연구소는 각각 7.8%와 9.6%로 예측했다.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된 반도체 단가하락, 고유가, 세계경기 둔화 등이 올해 수출전망을 잔뜩 흐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금융구조조정 여파로 심화된 신용경색이 중소업체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앞길에 호재보다 악재가 많은 실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안팎으로 암운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인터넷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IT산업이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중후장대형의 전통적인 제조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반면 IT산업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IT산업의 수출액은 228억달러였다. 전체 수출액 1746억달러 중에서 IT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이르고 있다. 수출증가율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IT분야의 수출증가율은 43.5%로 총수출증가율 21.5%를 2배 이상 앞질렀다.
그만큼 IT산업이 우리 수출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IT산업이 수출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자부는 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업종의 경우 내년에 20% 이상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았으며 무역협회도 컴퓨터 28.2%, 이동전화단말기 24.1%, 반도체 10.0%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운좋게도 우리가 일찍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IT산업에 눈을 떴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구나 전통산업에서 바싹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를 제칠수 있는 분야가 IT산업이다. IT산업은 우리가 지난 개발시대에 쌓아온 제조기술에 우리의 아이디어를 우리보다 한발 앞선 선진국과 비슷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특히 IT산업분야는 전통 제조업산업과는 달리 시장도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것이다.
지문인식모듈을 생산하는 니트젠의 김진환 본부장은 『지문인식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쌓았다』면서 『지문인식마우스가 국내에서 18만원하면 가격저항을 받아 판매가 되지 않으나 미국과 일본에선 가격저항을 받지 않고 팔 수 있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로 IT산업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IT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70년대의 밀어내기식 수출, 백화점식의 수출형태로 돌아가서는 더이상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주력상품인 IT산업분야에서도 새로운 전략제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
지난 20년간 PC가 IT시대의 주역이었다면 향후 21세기에 전개될 IT산업의 주역은 당연히 포스트 PC다. 이 점에서 우리의 경쟁력산업으로 IA(Internet Applience)산업을 눈여겨봐야 한다. 포스트 PC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는 예상되는 인터넷TV·PDA·웹패드·WBT와 같은 신클라이언트 등 IA제품은 그 영역이 가정용부터 시작해서 모바일·기업용까지 분야가 광범위하다. 시장 규모도 2004년에 17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IA는 임베디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최첨단 테크놀로지로 윈도CE 및 리눅스 기술을 기본 운용체계로 하고 있어 이 분야에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한 국내 벤처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수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IA산업은 벤처육성과 맞물려 우리산업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릭TV의 정용빈 사장은 『IA는 한국이 갖고 있는 우수한 벤처기업들의 하이테크 기술력과 제조 능력으로 미국을 비롯한 일본·대만 등을 제치고 선두에 설 수 있는 산업으로 이를 통해 침체에 빠진 벤처기업의 활로는 물론 부품산업 활성화, 콘텐츠산업 육성, 통신·네트워크산업의 발전 등으로 통해 수만명의 신규 고용인력을 창출할 수 있는 종합예술 성격의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정부의 역할이다. 현재 정부의 역할은 주로 생색내기식의 지원에 머물러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원센터를 두면서 벤처기업의 사무실 임대나 통신료를 지원해주는 데 그치고 있다』면서 『이제는 단순한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벤처기업이 미국시장에서 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부처이기주의에 휩싸여 한건주의식으로 IT산업의 육성책을 발표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역할의 변신과 함께 기업들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예전처럼 물량위주의 수출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이래야만 21세기 디지털과 인터넷시대에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철린 산업전자부 부장 cr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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