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산업 기상도>가전산업

새 천년 벽두부터 시작된 디지털혁명의 바람이 전세계 가전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기업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전환기를 맞아 초기 디지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가전 3사를 포함한 국내 가전업체들도 디지털시장 선점을 발판으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디지털 가전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일류기업은커녕 영원히 2류, 3류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전 3사의 가전산업 전망

LG전자는 디지털네트워크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아 선진기업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백색가전을 포함한 기존 시장에서도 선진기업과 후발기업간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면서 중국 등 로컬기업의 도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전 내수시장은 국내 경기가 불안정해지고 특별한 신규시장이 형성되지 않음에 따라 상반기까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께 디지털 본방송이 시행되면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등 디지털 관련 제품의 판매가 활성화되고 IMT2000 관련 제품도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

내수시장은 전년 대비 9% 정도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에는 IMF이후 모처럼 12%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으로 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LG전자 측은 전망한다.

해외시장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중국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그동안 경기가 침체돼 있던 동남아·남미·중동 등 신흥시장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돼 수출증대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유가 불안정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어 변수가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가전을 포함한 전자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의 40%를 차지하면서 핵심산업으로 도약했으며 올해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달리 올해 내수시장이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12%)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디지털가전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인터넷 확산이 지속되면서 기업 대 기업(B2B)·기업 대 고객(B2C) 등 전자상거래시장이 크게 확대돼 가전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디지털 바람의 영향으로 올해는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이들 제품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세계 선진기업들이 초기 디지털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한다.

대우전자는 디지털네트워크시대를 맞아 인터넷과 디지털의 만남으로 홈네트워크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또 인터넷과 블루투스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 신제품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과 연결되는 디지털냉장고는 물론 전자레인지·TV·VCR 등 정보제공 기능을 지닌 디지털 정보가전제품이 바로 그것들이다.

특히 디지털 정보기기의 대중화 원년을 맞아 비싸고 무거운 디지털 제품이 점차 사라지고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디지털 복합·융합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으로 전망한다.

◇영상기기

컬러TV 시장은 디지털 본방송의 시작으로 보급형 디지털HDTV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전 3사가 이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전자에 이어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지난해 말 완전평면 브라운관(CRT)을 채택한 32인치 보급형 디지털HDTV를 출시함에 따라 연초부터 시장 선점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동안 프로젝션 방식의 대화면 디지털TV를 전면에 내세워 열띤 경합을 벌여온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HDTV를 출시키로 한 것은 디지털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실판매로 이끌어내려면 가격부담을 줄인 보급형 모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브라운관 방식의 32인치 디지털HDTV는 판매가격이 250만∼350만원대로 기존 대화면 프로젝션 디지털TV의 절반 수준일 뿐만 아니라 현재 20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는 같은 크기의 아날로그 완전평면TV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어 디지털TV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지금까지 대우전자 단독으로 시장을 개척해온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HDTV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가세해 3파전 양상의 치열한 판촉경쟁을 전개함으로써 올해는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가 주력제품군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향기기

올해 오디오 시장은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해주삼성이 블루텍이라는 국내 판매법인를 설립하며 국내 영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데다 해태전자와 아남전자 및 롯데알미늄 전자사업부(구 롯데전자) 등 전문업체들도 재도약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어서 업체들간의 시장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수입선다변화가 해제됨에 따라 일본산 제품 수입도 크게 늘고 있고 태광산업과 LG전자 등도 오디오 부문을 집중 육성하고 있어 올해 국내 오디오 시장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MP3 플레이어를 중심으로 한 휴대형 디지털오디오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황기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필립스·마쓰시타 등 세계적인 대형 가전업체들이 이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는데다 유니버설·소니뮤직·EMI·BMG·워너브러더스 등 5대 음반사가 WMA와 AAC 등 새로운 압축포맷의 인터넷음악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광자기디스크를 비롯해 집드라이브와 CD 등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대용량 저장장치를 활용한 신제품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국내외 업체들간의 휴대형 디지털오디오 시장을 둘러싼 쟁탈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백색가전

백색가전 가운데 시장규모가 가장 큰 냉장고의 경우 올해도 일반냉장고 시장보다는 김치냉장고와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연간 200만대 이상의 거대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탁기는 올해도 커다란 변화없이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에어컨은 최근의 경기상황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국내의 경우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역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국내업체들의 에어컨 수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미 물량 면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한 LG전자의 경우 최근까지 9억달러 가량의 수출 주문을 확보, 올해는 지난해보다 60% 정도가 늘어난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소형가전

올해 소형가전 시장은 수요 감소로 인해 지난해처럼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매출비중이 큰 전기밥솥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28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가가 높은 압력밥솥의 판매비중이 5∼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풍기·가습기 등 계절용품 시장도 갑작스런 계절적 특수가 없는 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이며, 다리미·커피메이커·토스터·주서·믹서 등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조난방기기의 대표격인 전기히터 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은 신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수기 시장은 중소업체들이 중대형 정수기 시장에 대거 가세,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타 가전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에도 디지털 위성방송이 실시되고 디지털방송도 가시화되면서 이를 수신할 수 있는 장치인 디지털세트톱박스 시장이 본격 열리고 인터넷과 TV를 결합한 인터넷TV 시장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시장형성기로 돌입할 전망이다.

국내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시장의 경우 초기시장인 올해 약 400억∼6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터넷TV 시장도 연간 20만대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판매대수가 30만대를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규업체들의 대거 진출로 제품수가 무려 80여종에 육박하면서 업체간 시장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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