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핫 이슈>국산통신장비 세계화

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국내 통신업계의 화두는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였다. 수출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선진기술 습득에 급급한 것이다.

그만큼 국내 통신장비 산업이 열악했다. 그러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가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떠오르면서 통신장비산업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

◇CDMA=올 1·4분기중으로 중국 차이나유니콤이 CDMA 장비입찰을 실시할 전망이다. 차이나유니콤은 올해에만 CDMA 가입자 1000만명을 목표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꿈의 시장」으로 여겨져온 중국시장이 바야흐로 열리는 것이다.

중국은 CDMA 이동통신 상용화 종주국인 우리나라를 가장 적절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이미 에릭슨, 노키아, 모토로라 등 유럽식 이동통신 장비업체들에 2세대 통신시장을 내준 형국이어서 새로운 대응세력인 한국을 이용해 자국의 통신시장을 발전시키려는 의도다.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도 CDMA 기회시장이다. 당장 대만 중화전신이 3년내에 200만 가입자, 4억달러 상당의 장비구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텔레콤말레이시아도 2년내에 150만 가입자, 2억달러 상당의 수요를 창출할 태세다.

또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이 기존 아날로그 이동통신대역을 2.5세대 CDMA 이동전화(IS95C)로 진화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국내업체들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이어 호주 허치슨도 삼성전자와 CDMA 시스템 추가증설에 합의할 것으로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CDMA 이동통신시장도 고속 성장, 국내 통신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아메리카스 리포트 2000」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지역에서 CDMA 이동통신가입자가 지난 99년 500만명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9월 1000만명을 넘어섰다. CDMA개발그룹(CDG)도 ITU자료를 인용, 중남미를 「빠르게 성장하는」(growing fast) CDMA시장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를 비롯한 중견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들의 시장개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만하우스공장을 교두보로 삼아 올해 중남미 판매량을 30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도 브라질 상파울루공장을 활용해 연간 2억달러 이상의 중남미지역 단말기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대전자, 세원텔레콤, 맥슨텔레콤 등도 판매법인 설립 및 현지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 CDMA장비업체들은 북미지역 이동통신서비스 및 유통업체인 스프린트, 오디오복스 등을 통해 단말기 수출을 강화하고 있어 태평양 권역을 CDMA 네트워크로 묶어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중국, 호주, 동남아 일대에 국산 CDMA시스템이 포설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CDMA 세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추세다.

◇ADSL=CDMA 단말기가 1세대 통신 수출 시대를 열었다면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는 제품은 단연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장비가 꼽힌다. CDMA와 ADSL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내수가 받쳐준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듯이 ADSL장비도 지난해 전세계 ADSL 물량의 절반을 한국에서 소요했을 정도로 탄탄한 내수 기반을 구비했다. 특히 ADSL시장 초기에 국내 장비업체들이 진입, 선진업체와 거의 같은 시기에 상용화를 성공하고 국내에서 충분히 현장테스트를 마쳤다. CDMA의 수출 성공 요인을 판박이 하듯 닮은 셈이다.

국산 ADSL 장비의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현대전자는 많은 칩제조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다양한 제품을 구비한 회사다. 삼성전자는 가전제품 및 이동통신 단말기 등 막강한 자체 구매파워를 기반으로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해외업체보다 우위로 평가된다.

국내 중소 모뎀제조업체들의 경쟁력도 시스템제조업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는 모뎀 제조업체간 치열한 시장 경쟁을 통해 기능적으로는 세계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는 공동구매라는 무기를 가진 대만업체에 밀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에는 ADSL장비의 세계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이미 현대전자, 삼성전자는 대만의 중화텔레콤이 발주한 ADSL입찰에 참여, 세계 선진업체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 대만외에도 일본, 중국 등 ADSL 후발 국가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당당히 시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루슨트, 에릭슨, 노텔 등의 장비를 이용해 음성통신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 한국산 장비가 세계 초고속 인터넷 통신을 주도하는 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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