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반도체·산전 대기업, 해외사업서「낭패」

국경 없는 경제전쟁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올해도 국내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일부 대기업들은 해외법인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이같은 사례는 산전·부품업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한해 현대전자를 비롯해 삼성전기·대한전선 등 굵직한 규모의 대기업들이 무리한 투자와 현지 채용인에 대한 관리소홀, 잘못된 시장예측 등으로 해외 현지법인에서 낭패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 <사례1> 무리한 해외투자=현대전자는 지난 4월 스코틀랜드 던펌린시의 8인치 웨이퍼 반도체 공장을 모토로라에 매각했다.

현대전자는 지난 97년 2월 유럽의 D램시장을 겨냥해 펌린시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으나 그해 말 닥친 외환위기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건물만 세운 채 설비투자를 중단했으며 결국 공장을 매각하고 스코틀랜드에서 철수했다.

특히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은 1억6000만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현대전자는 공장 건물 공사와 청정실(클린룸) 시설에 투입한 금액도 건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대전자는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대금을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해 내실을 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으나 12월 말 현재 「유동성 위기설」까지 퍼지면서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현대전자의 경우 투자가 지난 97년 시작됐고 IMF로 인한 외환위기라는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무리한 해외투자로 인해 올초 본전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고 이미지만 구긴 채 스코틀랜드에서 발을 빼고 만 것이다.

◇ <사례2> 잘못된 시장예측=대한전선은 최근 136억원의 청산자금을 투입, 92년 중국 북경에 설립한 북경대경통신전람유한공사에 대해 청산절차를 밟기로 했다.

대한전선이 북경 공장을 청산하기로 한 것은 시장수요에 대한 예측이 빗나간데다 중국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한전선은 북경에서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북경의 광 케이블 및 일반 통신 케이블 설비를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법인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번 공장 폐쇄로 적지 않은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또 이번 북경 공장 청산에 이어 청도 공장의 철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전선은 앞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이는 등 중장기적으로 잠재적 손실까지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사례3> 현지채용인 관리소홀=삼성전기는 지난 10월 포르투갈 현지법인에서 현지채용인이 회사명을 도용해 선물환 거래를 하다가 6800만달러의 손실을 내는 사건을 겪었다.

삼성전기 포르투갈의 연간 매출규모가 1억2000만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선물환거래 사건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삼성전기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본사와는 무관한 현지법인 자체문제인 만큼 현지법인이 현지은행과의 협상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본사차원에서도 포루투갈 문제해결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포르투갈 현지법인과 현지은행이 각각 손실액의 절반씩 부담하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제시했으나 현지은행이 이에 반발하고 있어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